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0.10 14:37

부실한 사업·투자로 '2조 상당' 예산낭비·비효율 발생

(사진=감사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감사원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전임 정부에서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하지 않아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의 재무위기가 심화됐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또 발전 공기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다수의 기관에서 2조원 상당의 예산낭비·비효율, 부적정 집행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원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4일부터 12월 16일까지 한전과 LH, 산업통상자원부 등 총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먼저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공공요금 조정을 반복 유보하면서 한전 적자가 확대된 사실이 확인됐다.

2021~2022년 사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산업부는 2021년 1월 도입한 원가연계형 요금제 등에 따라 같은해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요금조정 유보 의견을 반복 제시했고 이에 따라 2022년 3월까지 조정이 유보됐다.

요금조정이 미뤄지면서 2022년 한전 적자가 32조7000억원 발생했고, 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6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래 소비자 부담 전가, 가격신호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도 유발됐다.

요금조정제도도 허술해 요금 원가주의 원칙이 유명무실화된 가운데 재무관리 계획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2022~2026년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면서 자본잠식이 예상되자 전기요금 최대 인상을 가정해(올해 1월부터 ㎾h당 41.1원) 2023년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도 하락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감사원은 산업부와 기재부에 공공요금 조정제도, 구분회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등 재무 관리제도가 도입 취지에 따라 운영될 수 있게 개선하도록 '통보 및 주의요구'를 조치했다.

한편 사업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각종 불법·편법행위에 대한 통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조원 상당의 예산낭비가 초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사례를 보면 서부발전은 2019년 3월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자격없는 업체에게 설계·공사 470억원을 일괄 발주하고 주주 업체와 공모해 SPC 자금 8억3600만원을 무단으로 유출했다.

또 농지전용허가가 어려운 부지에 정부 출자협의 등 적법절차없이 서부발전 출자금 예산 30억9000만원을 민간법인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중단되기도 했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 수리시설의 물 배출구멍 등이 시공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준공 처리했는데 2021년 8월 호우로 동진강 도수로가 파손돼 복구비 9억3000만원을 부담했다.

LH본사 사옥 (사진제공=LH)
LH본사 사옥 (사진제공=LH)

LH는 미분양주택 분양홍보업체가 자신이 유치하지 않은 계약자들을 마치 자신이 유치한 것처럼 하고 분양유치금을 부당 수령하는데도 제재조치 없이 분양유치금 3억원을 부당 지급했다.

사업여건 및 수익성 검토, 사전준비 등을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한 경우도 확인됐다.

특히 LH는 주택 수요 부족으로 2015년 1월 청산 결정했던 택지개발사업의 수요를 부풀려 2018년 12월부터 다시 추진했으나 주택 수요 부족으로 사업손실이 최대 4346억원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다.

또 손익관리 목표에 미달하는 행복주택사업, 마을정비형 공공주택 사업 등 83개 사업지구의 사업 규모를 재조정하지 않은 채 추진함에 따라 목표 대비 추정 초과손실 2257억원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불필요한 조직을 존속시키면서 편법적 인사운영 수단 등으로 악용하거나 변화에 대비한 인력 조정 대책 등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허위 시간외근무, 인건비·출장비·교육비·자산취득비 부당 집행 등 방만경영 행태가 여전한 가운데 갑질·뇌물수수, 채용비리, 공금편취, 부동산 알박기, 부당 겸직, 근무지 무단이탈 등 후진적인 공직기강 해이 사례도 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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