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0.13 11:17

국회 출석 두고 여야 공방…야 "헌법기관 존중 무너져" vs 야 "합의한 사항"

노태악(왼쪽)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NATV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노태악(왼쪽)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NATV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최근 미흡한 정보보안 관리와 고위직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드렸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번 국감장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비리 의혹과 투·개표 시스템을 북한 등이 침투할 수 있다는 지난 10일 국가정보원 발표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노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정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한 보안 컨설팅을 바탕으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최선의 보안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국민의 염려가 없도록 정보보안 체계를 더욱 견고히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나 인사채용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를 반영해 우선 조치 가능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바로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엇보다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지적을 뼈 아프게 받아드린다.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공모해 전문인사를 임용하고 다수의 외부 전문가로 운영되는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겠다"며 "외부의 객관적 시각을 통한 내부 자정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 위원장 출석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행안위 간사는 "중앙선관위원장의 국회 출석과 질의응답으로 30년이 넘게 이어진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의 관행이 무너졌다"며 "채용비리와 해킹 의혹은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하나, 이를 빌미로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선관위원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망신주기를 하는 것은 노골적인 선관위 흔들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는 퇴행적 시도"라며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흔들리면 선거결과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싹 트고 결국 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라는 것은, 선거의 신뢰성은 국가 공동체의 존속이 걸린 주권의 생명줄"이라며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 존중받고, 그 연장선상에서 위원장의 불출석을 관행적으로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형편없이 무너져 내린 선관위 체재에 대해 책임있는 기관장에 대한 답변을 듣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그 대안을 물어보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법에 헌법기관장에 대해 대리출석을 허용하고 있지만 증인으로 채택되면 나와서 답변하는 게 원칙이다. 예우 차원에서 대리인인 사무총장을 대신 출석시킨 것"이라며 "불법과 비리가 산적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출석 요구를 한 것이 아니냐"고 언급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앞서 국가정보원은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으로 지난 7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실시한 보안점검 결과를 10일 발표해 선관위의 투·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일부 살펴보면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에는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도 부실해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선관위의 내부 시스템에 침투해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청인(선관위 도장), 사인(투표소 도장) 파일을 절취할 수 있었고,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통신장비에 사전 인가된 장비가 아닌 외부 비인가 PC도 연결할 수 있어 내부 선거망으로 침투가 가능했다.

이외에도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은 안전한 내부망(선거망)에 설치·운영하고 접속 패스워드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나 보안관리가 미흡해 해커가 개표 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었다.

합동보안점검팀은 "국제 해킹조직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해킹 수법을 통해 선관위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었다"며 "북한 등 외부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선관위는 "이번 보안컨설팅은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배제하고 기술적 부분에 한정해 실시한 것"이라며 "선거 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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