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채윤정 기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차세대 제품을 내놓고 샘플 공급에 나서는 등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초반 우세를 점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제품 공급을 진행하고 있는 HBM3의 차세대 제품인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최근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했다. 또 HBM3E를 내년 초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최종적인 공급자격(qualification) 테스트에 들어가게 된다. 

공급자격 테스트 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1~2개월 안에 납품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는 이미 납품을 위한 스펙을 충족시켰으며 계약 사인 만을 앞두고 있는 의미가 된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확인시켜주기 어렵다"고 즉답을 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HBM3E를 내년 2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AI)용 플래그십 그래픽처리장치(GPU)인 'B100'에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는 AI GPU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B100은 H100을 뛰어넘는 강력한 AI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HBM3E 양산계획은 정확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년 중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3E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에 관련 샘플을 공급한 상황"이라며 "내년에 HBM3E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엔비디아에 HBM 제품 공급을 추진 중인데,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에 성공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HBM3를 엔비디아에 본격 공급해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HBM3과 HBM3E의 기반 수요가 2024년부터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미국 AMD에 이어 엔비디아에도 HBM3를 공급할 것이다. 이미 지난 9월 예약 주문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2024년 HBM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두 배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비해 HBM 구입물량이 많이 적은 미국 AMD를 위주로 지금까지 제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제품 만으로는 수량을 충당하기 힘든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하게 되면 반도체 부문 턴어라운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지고 있지만, 12단 제품 출시에 있어서는 SK하이닉스보다 빨랐다. 업계 선두로 16GB와 24GB 12단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의 6.4Gbps의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양산 준비에도 나섰다. 

삼성전자는 또 공장 규모도 SK하이닉스보다 큰 만큼, HBM 양산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HBM3에 비해 용량과 처리 속도가 개선된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부사장은 지난 10일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2025년을 목표로 HBM4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고온 열 특성에 최적화된 기술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마이크론도 최근 HBM3E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에 비해 뒤졌지만 최근 HBM 양산에 나서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와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해 HBM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으며, 내년 초 HBM3E 시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