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17 13:59

왓챠, 공정거래법 위반 LG유플러스 제소
화물맨, 카카오 실사 때 특허기술 넘어가
뉴려 "네이버, 아이디어 훔쳐 '원쁠딜' 출시"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LG유플러스, 카카오모빌리티, 네이버 등 IT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추문에 휩싸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강화에 나서왔던 LG유플러스는 스타트업이자 토종 OTT업체인 왓챠로부터 기술을 탈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왓챠는 지난 10일 LG유플러스를 기술탈취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사업 활동 방해 혐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앞서 LG유플러스의 제안으로 진행했던 인수·합병(M&A) 논의 과정에서 왓챠의 핵심 기술 정보가 넘어갔고 기술을 빼돌린 LG유플러스가 자사의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왓챠는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LG유플러스와 장장 10개월 가량 투자 협의를 진행했었다. 

왓챠는 투자를 미끼로 한 기술 탈취를 의심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왓챠는 고유 알고리즘을 적용한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피디아’로 사업을 시작했다.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층을 확대했고, 2016년부터 ‘왓챠플레이’라는 이름으로 OTT 사업을 본격 전개했다.

창업자인 박태훈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수료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해 화제가 됐다. 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망주로 떠올랐던 왓챠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물론 웨이브·티빙 등 대기업 OTT까지 뛰어들면서 입지가 좁아져 있는 상태다. 영업손실은 2019년 108억원, 지난해에는 555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LG유플러스의 적극적인 인수의지 피력에 왓챠는 적극적인 자료인계로 호응해왔다는 것.  왓챠는 “10개월의 논의 기간동안 OTT 추천 알고리즘 일체와 서비스 운영체계 관련 기술 일체가 탈취됐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LG유플러스는 적법한 절차 아래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LG측은 “양사 간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통상적인 인수합병 절차와 검토 과정에서 필요한 수준의 실사 등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OTT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했던 LG유플러스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부터 ITPV인 ‘U+tv’를 OTT형식으로 탈바꿈하면서 관련 사업의 가능성을 높여왔고, IPTV기반의 영유아 미디어플랫폼 ‘U+아이들나라’를 OTT ‘아이들나라’로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왓챠 측은 “결렬후에도 LG의 IPTV 추천기술이 고도화됐고 추천기술 정확도가 향상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협상을 위해 공개한 자료가 사용됐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LG유플러스의 과거 이력도 소환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앞서 2021년 출시한 집안일 해결 플랫폼 ‘LG홈인’이 스타트업 생활연구소의 가사도우미 중개플랫폼 ‘청소연구소’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또 2019년 서오텔레콤의 긴급버튼 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도 화물운송 중개플랫폼 화물맨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술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화물맨 측은 지난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가 회사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달여 실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맞춤형 매칭과 운임 자동정산 등 자사의 특허·기술정보가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중 ‘카카오T트럭커’ 서비스를 출시해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에 진출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맨 특허·기술정보는 업계에서 상용화된 기술로, 고유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화물맨은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도용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형태로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플랫폼 ‘원플원’ 을 운영중인 유통 이커머스 스타트업 뉴려와 아이디어 도용 논쟁을 벌이고 있다. 뉴려는 “네이버가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려흔 뉴려 대표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21년 9월 30일 모든 상품을 원플러스원(1+1) 할인하는 형태로 판매하는 원플원 플랫폼을 내놨다. 원플원은 제품을 사면 덤으로 하나를 주는 서비스로, 출시 후 3개월 만에 최고 매출액 1억880만원을 달성했다. 그런데 네이버가 같은해 12월 27일 ‘원쁠딜’이라는 유사 서비스를 선보였다.

원쁠딜 서비스 이후 뉴려는 어려움에 빠졌다. 사업 초기 15명이던 직원은 현재 3명. 입점업체도 급속도로 빠졌다.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대표는 “두 서비스 10개 중 9개 이상이 유사한데도 네이버는 본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원쁠딜'은 유통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원플러스원이라는 상품 구성 방식을 핫딜(특정기간 동안 특가로 판매)이라는 판매 방식과 결합한 것"이라며 뉴려의 '원플원'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핵심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유일한 자산”이라며 “스타트업을 다루는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들이 ESG를 내세우며 현장에서는 양두구육 행동을 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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