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0.20 06:00

SK하이닉스, 키옥시아 지분 15% 보유
양사 합쳐지면 낸드 점유율 1위…미일 동맹 강화도 부담

(사진제공=SK하이닉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낸드플래시 업계의 세계 3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4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합병을 최종 조율 중인 가운데 주요 주주인 SK하이닉스의 결정이 주목된다. 시장 2위를 기록 중인 SK하이닉스는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양사의 인수합병(M&A)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 성사시킬 계획이었던 키옥시아와 WD의 합병 작업은 SK하이닉스의 반대에 부딪쳤다.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등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 키옥시아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에는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는 아직 공식적인 의사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키옥시아와 WD는 이달 중 경영 통합을 목표로 합병에 대해 최종적인 조율을 진행하고 있었다. WD가 반도체 사업부를 분리하고 키옥시아와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양사는 이전에도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WD는 키옥시아가 생산한 낸드플래시를 SSD로 제품화해 판매하고 있다. 또 일본 요카이치·키타카미 공장도 함께 운영했으며 162단 낸드플래시도 공동 개발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양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키옥시아는 WD와 통합을 위해 이번 주내 일본 금융기관에 2조엔(약 18조원) 규모의 융자 약속을 받기 위한 최종 논의를 진행 중으로,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금융기관 교섭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키옥시아 지분 15% 손에 든 SK하이닉스…합병 '거부감'

우선 양사의 합병은 SK하이닉스 점유율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합작법인은 대규모 낸드플래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큰 차이를 보이며 3위로 밀려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3.3%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키옥시아가 18.9%, SK하이닉스가 18.3%, WD는 12.7%의 점유율을 차지한 바 있다. 키옥시아와 WD가 합병한다고 봤을 때 시장 점유율 31.6%로 삼성전자 33.3%에 가까워지게 된다. 

특히 키옥시아와 WD가 선전한 최근 실적만 본다면 합병 합작법인 점유율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31.1%, 키옥시아는 19.6%, SK하이닉스는 17.8%, WD는 14.7%를 기록한 바 있다. 키옥시아와 WD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34.3%를 기록 1위로 올라선다. 

니혼게이자이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 점유율 2위 업체"라며 "SK하이닉스는 장래 제휴를 모색해오던 키옥시아가 타사와 합병하는 데 거부감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양사의 합병으로 미국 및 일본의 반도체 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SK하이닉스에 부담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일어난 가운데, 합병 법인의 출발은 미국과 일본이 안전한 공급망을 보유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며 "미국과 일본 두 나라가 강력한 동맹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 SK하이닉스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규제 당국이 양사의 합병을 승인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설령 미국과 일본이 이 건을 승인한다고 해도 미국과 반도체 수출 등 이슈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SK그룹은 양사의 합병이 결렬될 경우, 소프트뱅크그룹에 키옥시아 출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측은 "소프트뱅크 측에 협력 제안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출처=SK하이닉스 뉴스룸)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출처=SK하이닉스 뉴스룸)

양사 합병,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요인도 존재

한편 양사의 합병이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영향 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SK하이닉스의 최종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낸드플래시 업체 수가 줄어 가격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주요 기업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의 압박이 덜어지게 된다"며 "낸드플래시 업계 2개가 1개로 합쳐지면 그만큼 경쟁이 적어지고 가격도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낸드플래시 업체들도 경쟁업체 수가 더 줄어드는 '산업 재편'을 원하고 있는 만큼, 양사의 합병은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D램 업체처럼 경쟁업체 수가 3개 수준으로 압축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3개 정도의 기업이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며 제품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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