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0.25 15:03

이재용 회장 등 유족과 삼성 사장단 선영 집결…'신경영 정신' 되새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선영에서 열린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겸 국제빙상경기연맹회장.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선영에서 열린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겸 국제빙상경기연맹회장.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 추모식이 25일 진행됐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은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아 고민을 추모했다. 이 회장은 새벽 6시 30분경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사절단 출장을 마친 후, 곧바로 선친의 추도식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의 추모에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부문장 등 삼성 사장단 60여명도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지난해 열린 추모식에는 삼성 전현직 사장단 300여 명이 참석해 유족을 위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물론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은 물론 부사장 등이 선영을 찾았다. 지난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동관·동원·동선 등 세 아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6년 5개월 간 투명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추모식을 마친 후 경기 용인의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삼성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1993년 해외 순방서 '신경영' 구상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

정책 방향을 정할 때 종종 인용되는 이 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진두지휘한 삼성 '신경영'의 출발점이 됐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본사 주요 임원과 각국 법인장 200명을 독일 프랑크프르트 켐핀스키호텔로 불러 모은 자리에서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의 체질과 관행, 의식, 제도가 양 위주에서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 성장을 목표로 한 '신경영’을 선언했다.

삼성은 당시 국내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해외에서는 제품이 2류나 3류 취급을 받아왔는데,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 이상의 품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선대회장은 1993년 해외 순방에서 신경영을 구상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베스트바이에서 구석에 처박힌 채 먼지를 뒤짚어쓰고 있는 삼성전자 TV를 보고 충격을 받아 순방을 중단했다. 그는 또 사내방송의 고발 프로에서 세탁기를 생산하는 근로자가 결함이 있는 세탁기 뚜껑을 칼로 깎아 본체에 붙이는 과정을 목격했는데 이 장면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선대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직원들에게 “불량은 암인데, 삼성은 자칫하면 암 말기에 들어갈 수 있다”며 “나사가 굴려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고, 3만명이 제품을 만들고 6000명이 고치러 다니는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있는 무감각한 회사”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이건희 회장 신경영 관련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이건희 회장 신경영 관련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 선대회장 이끈 9659일…‘매일매일이 혁신’

이 선대회장이 삼성을 이끈 9659일간 '매일매일이 혁신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취임할 당시 약 9조90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은 2018년 389조원으로 39배 증가했다. 또 영업이익은 2000억 정도에서 72조원으로 259배 껑충 뛰었다. 

그는 반도체 및 스마트폰 신화를 쓴 주역으로 평가된다. 

이 선대회장이 1974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제안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는 같은 해 12월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한국반도체는 1978년 삼성반도체로 이름을 변경했으며, 1980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로 흡수 합병됐다. 

1983년 12월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1994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56Mb D램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1996년 1기가 D램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선두 기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선대회장은 매주 일본을 방문해 반도체 기술자들과 만났고 기술격차를 빠른 속도로 줄이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핵심 인재들을 직접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5년경 D램 반도체 가격이 3달러50센트에서 50센트까지 떨어지는 가격 폭락을 겪으며 1985년 428억원 적자를 냈다. 제조원가가 1달러70센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손해를 본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그럼에도 일본 기업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8인치 웨이퍼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으며 스택형 적층 방식을 택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으며 스택으로 설계하고 8인치 웨이퍼를 적용해 양산한 16MB D램은 삼성전자를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1992년 이후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 시장에서 D램 1위 점유율을 지켜오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2002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31.1%의 점유율로 독보적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인 일본 키옥시아의 점유율은 19.6%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사업,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장본인 

그는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꼽힌다. 공장 한 라인에서 불량품이 나오면 라인 전체를 멈추게 하는 ‘라인스톱’ 제도를 시행했고 삼성전자 휴대폰의 불량률은 한자릿수까지 개선됐다. 

안일한 직원들을 꾸짖기 위해 1995년 구미공장에서 휴대전화, 팩스 무선전화기 등 불량품 15만대(약 500억원)를 불태워버리기도 했다. 이 선대 회장은 2000명의 직원들에게 ‘품질은 자존심’이라고 쓴 띠를 두르게 했다.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라. 고객이 두렵지 않냐? 앞으로 한 명당 한 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고 강조했다. 

파격적인 일명 '애니콜 화형식' 이후 삼성 휴대전화의 불량률은 11.8%에서 2%까지 떨어졌다. 이는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화형식 이후 5개월 후 삼성전자 애니콜 국내 시장점유율은 51.5%를 기록하며 국내 정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2007년애플의 아이폰에 맞서 갤럭시 S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선대회장은 S3 제품 출시를 앞두고 케이스 불량이 발생하자 일정을 미루고 케이스를 모두 폐기 처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장을 장악해왔던 노키아를  누르고 2012년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로 올라섰다.

◆"국가와 함께 가야"…사회공헌 활동도 '초일류'

이 선대회장은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 이윤이나 홍보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윤리 자체에 목적을 두고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소외 이웃은 돕고 사회 문화 변화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공헌 활동을 이끌었다. 

이 선대회장은 “내 재산이 5000억원, 1조원 더 많아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며 "한 나라의 1등 기업은 국가와 함께 가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햬왔다. 

이 선대회장은 사회공헌을 일회성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개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켰으며 조직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50만명의 인원들이 300만 시간 동안 고아원, 양로원 등 시설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해오고 있다. 

또 삼성에서 고졸은 물론 여성 차별 철폐, 사원 복지 등 활동이 먼저 시작돼 다른 대기업으로 퍼져가는 등 기업문화를 바꾸어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산 60% 사회 환원…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 점 기증 

삼성 오너가는 이 선대회장 별세 후 2021년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천에 옮겼다. 세간에는 12조원이 넘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지만, 이와 달리 유산의 6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인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했다.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린 아동을 위해서도 3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을 투입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도 구성,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또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해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지난 2004년 개최된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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