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0.27 17:44

김지은 "뉴욕·파리·토론토, 재산세 장기간 면제…정부, 지방세 결손 보전"

지난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부과, 타당한가' 정책토론회에서 김진유 한국주택학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과 김헌동 SH공사 사장,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 등 토론회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SH공사)
지난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부과, 타당한가' 정책토론회에서 김진유 한국주택학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과 김헌동 SH공사 사장,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 등 토론회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SH공사)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공공임대주택에 부과되고 있는 보유세가 주거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정책 목표에 걸림돌로 작용, 보유세 면제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주변시세 30% 수준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한국주택학회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부과, 타당한가' 정책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및 운영을 위해 보유세를 감면해야 하며,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부터 SH공사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주택, 재정, 세무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향후 제도개선에 힘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기준 SH공사가 납부한 보유세(697억 원)의 66%는 공공임대주택 분으로, 임대수입의 46%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SH공사 공공임대주택 임대수입은 1531억원으로, 사업 운영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금이자(826억원)와 운영경비(769억원), 수선유지비(1154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도한 보유세(697억원)는 공공임대주택 사업 적자를 키우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지은 SH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 재산세 개선방안' 주제 발표에서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재산세가 지방정부의 주된 세입원이지만, 공공임대주택 재산세는 장기간 면제하고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재산세를 지방세수 확충이나 공공주택사업자의 담세력 관점이 아닌, 정부 대신 운영하는 주거복지 자산에 대한 지원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뉴욕(미국)은 지방주택공사 소유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50~60년 면제하며, 이후 면제 기간을 50~60년 연장할 수 있다. 파리(프랑스)는 정부 지원을 받은 사회주택에 기본 15년에서 최대 30년(친환경 기준 충족)까지 재산세를 면제하며, 지자체 결정에 따라 면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토론토(캐나다)는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면제하고 이를 기존 임대주택의 수선유지비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소유 자산으로 인한 세수 결손을 정부가 보전할 수 있으며(payment in lieu of taxes), 프랑스는 사회주택 재산세 감면액의 40~100%를 일정 기간 동안 보전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또 "공공임대주택은 재산세를 면제하고 민간임대주택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거나, 공공·민간 관계없이 공공성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차등 감면하는 방향으로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임대주택 등에 대한 감면)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임대주택 재산세 감면은 소유자, 전용면적, 건축물 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복잡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동주택의 경우 공공임대주택보다 민간임대주택에 더 큰 감면 혜택이 제공되며,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LH공사는 50% 감면을 받지만 지방도시공사는 감면되지 않고 있다.

박준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임대주택 유형별 주거안정 효과 분석' 발표에서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주거안정 효과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보다 훨씬 크므로 공공성 높은 공공임대에 더 큰 재산세 감면혜택이 가도록 조세지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며 "과세목적 상 장기공공임대주택에는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수취하고 임대주택 처분 단계에서 공공의 범위를 벗어난 지대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경감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다만 기존주택 매입임대는 실수요자의 수요를 잠식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주택 등의 보유세를 경감(또는 면제)받는 공공임대 사업자는 건설임대 사업자로 제한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대폭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재산세 감면은 실질 과세 원칙에 따라 소유자가 아니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라는 법적 형식보다 임대조건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임차인의 주거복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임대기간과 임대료를 주된 조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균 SH공사 자산관리처장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준시장형 사업이 아닌 위탁집행형 사업의 관점으로 보고, 민간임대보다 공공임대에 보유세 면제 등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법적 규제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면제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투기억제 제도인 종합부동산세를 공공임대주택에 부과하는 것은 위헌으로 보인다"며 "오늘 토론회에 참석하신 각계 전문가께서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면제가 필수라는 점에 공감해주신 만큼, 앞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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