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0.30 09:28
​경제다각화를 위한 사우디 정책 추진 현황 및 한국 협력 가능성. (사진제공-한경협)​
​경제다각화를 위한 사우디 정책 추진 현황 및 한국 협력 가능성. (사진제공-한경협)​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번 사우디 국빈 방문으로 달성한 21조원에 달하는 성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고위급 회담 정례화 및 글로벌 기업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단국대 GCC국가연구소에 의뢰한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같이 언급하며, ▲대형건설·인프라 부문 ▲ICT 산업 ▲친환경 에너지산업에서 협력에 적극 나설 것을 30일 제안했다.

보고서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개괄하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규제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9월까지 사우디에서 62.4억달러 수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2016년 발표된 ‘사우디 비전 2030’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비전 2030의 주요 목표는 비석유 부문 수출의 GDP 기여도를 16%에서 50%로 높여,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무역 및 관광 중심지로 위상을 높이고 경제를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여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시장에서 1800여건(1600억달러)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오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15건의 프로젝트에서 62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2022년 전체 수주액 34억8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7년에는 사우디 정부가 8개 국가를 ‘중점 협력국가’로 선정했는데, 여기에 한국도 포함되며 향후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사우디 IT시장 2022~2027년 연평균 7.5% 성장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시장은 민간과 정부의 합작투자 사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지인 의무고용제도(니타까트), 사우디 지역본부설립 제도, 민영화법 제정 등 현지화를 위한 관련법과 제도가 활발히 정비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동향을 적시에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우디의 ICT 산업은 ‘비전 2030’의 세부 실현 프로젝트 중 하나인 ‘국가 혁신 프로그램’의 한 축으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지정되면서 IT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테크나비오(2023)의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 IT시장 규모는 2022~2027년 사이에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사이버보안, 사물인터넷 분야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AI(인공지능) 및 5G,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 정부 에너지 생산 50% 재생에너지 통해 확보 

우리나라는 ICT 제조업 부문에서는 2021년 수출액 4위를 기록할 만큼 국제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발간한 ‘2023 국제혁신지수’에서 ICT 인프라 지수는 세계 1위를 기록, ICT 제조업과 인프라 부문의 강점을 내세워 사우디와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전자정부법을 제정하는 등 일찍부터 전자정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어 사우디 정부가 공공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때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AI, 5G 분야 등에서 협력사업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 중 약 5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확보할 예정으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선언하며 친환경 에너지산업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을 수립해 총 48개의 태양광, 풍력, 태양열 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산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의 친환경 에너지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태양광 산업 ▲수소 관련 부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6차로 계획된 프로젝트 중 3차까지 발주가 완료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에 추가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미 수주 경험이 있거나,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해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수주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폴리실리콘·잉곳 등은 중국이 저가 공세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 기업은 2020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업을 철수해 진출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차전지나 모듈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어 상호 협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향후 에너지 패권이 친환경 수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소 분야에 대한 협력도 유망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체결하며 양국이 상호 협력 의지를 보였으며, 최근 수소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가온셀이 사우디·한국 산업단지(SKIV)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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