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지난 2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양동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 1도크에서 4척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건조되고 있었다. 제 1도크 아래에는 안전모와 두터운 작업화를 착용한 한화오션 작업자들이 선적 건조 작업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배의 벽면에서는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금 보시는 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1도크입니다. 길이 530m, 폭 131m, 높이 14.5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도크는 최대 4대의 운반선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으며, 5주에 한 번씩 배 두 척이 바다에 진수됩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선박이 건조되는 사업장을 기자들과 이동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동시 건조를 시작으로 한화오션은 제 1도크는 LNG선 4척을 연속으로 건조하고, 제 2도크도 내년부터 LNG운반선 연속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이날 거제사업장에서 기자들에게 초대형원유운반선 승선 체험을 제공하고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 선적 건조 사업장 외부, 신기술 개발 연구센터 등을 공개했다.

프로그램 첫 순서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를 견학했다. 한화오션의 핵심 연구시설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2015년 전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이곳 연구소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하고  ▲LNG의 재액화 또는 재기화 시스템 ▲암모니아를 연료로 공급하는 시스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 ▲액체 이산화탄소 화물을 관리하는 시스템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및 검증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토대로 지금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재액화장치가 적용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압력을 올리는데 에너지 소모가 훨씬 적게 들어가는 방식을 개발했다. 펌프를 이용해 300바까지 가압한 뒤 열교환을 시켜 기화시키는 방식을 적용했다"며 "기존의 개념을 탈피한 당사의 LNG 연료공급 시스템 하이바는 간단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반선의 규모를 느낄 수 있는 온보드 체험이 진행됐다. 온보드 체험은 이달 말 인도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초대형원유운반선에서 실시됐다. 한화오션의 초대형원유운반선은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 엔진)과 고망간강을 사용한 연료탱크가 적용된 세계 최초의 유조선이다. 기존선박유와 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배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자 광활한 주황색 갑판이 운동장처럼 넓게 펼쳐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발 밑에는 깊이 30m의 탱크 15개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체를 채우고 너른 바다를 항해하면 아무리 큰 배일 지라도 액체의 흔들림이 심해 운항에 영향을 끼칠텐데, 어떤 구조를 적용해 이를 극복했을지 궁금해졌다. 이런 궁금증은 오후 프로그램인 신기술 개발 연구센터에서 해결됐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VR 스프레이 트레이닝 센터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작업자드링 VR기술을 활용해 도장작업을 훈련할 수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스프레이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을 배울 수 있다"며 "페인트 비용도 들지 않고, 페인트가 마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용접 작업은 선박 건조 작업에서 가장 힘들기로 유명하다. 용접 기구는 무겁고 용접 환경은 좁은데다 환기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배 한 척에는 2000~4000회의 용접 작업이 들어간다.

한화오션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급 외연 용접 로봇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4대를 시제품으로 개발해 지난해 8월부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외연 용접 로봇의 실력은) 5년차의 고기량 용접사 수준은 아니지만, 3년차 작업자 수준의 실력은 발휘하고 있다"며 "2024년부터는 현장에 본격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선박을 용접하기 위해선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레일을 설치해야 하는데, 장비를 설치하고 이동하고 철거하는데에만 한 조인트당 4시간이 투입된다. 한화오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레일 용접장치를 개발해 현장에 투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두께 50㎜ 철판과 25㎜ 철판을 용접하는 장비를 개발해 현재 현장에 100대가 투입됐다. 그 결과 탑재 공정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해당 장비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여러 곳에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화오션은 레이저 용접 도입, 오비탈 GTAW 용접 장치 개발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한화오션은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3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10% 중반 내외의 자동화율을 공정별로 최대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더 안전한 작업장을 구축함과 동시에 자동화 기반의 압도적 생산성을 보유한 스마트 야드로 거듭날 전망이다.

선박건조과정은 ▲계약 ▲설계 ▲절단 ▲조립 ▲의장 ▲탑재 ▲도장 ▲진수·시운전 ▲명명·인도 등 9단계를 거친다. 선박이 완성되기까지 LNG선은 2년에서 2년 반, 원유 운반선과 컨테이너 운반선은 11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한화오션은 선박의 성능과 효율성을 고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시설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이날 한화오션은 '디지털 생산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공항의 관제탑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여의도 면적의 1.5배(490만㎡, 150만평)에 이르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곳곳을 직접 작업자가 가지 않더라도 생산 현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 생산센터는 ▲건조 중인 블록 위치와 생산 공정 정보 현황 등을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 ▲바다 위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를 육지에서 확인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 등 2개의 센터로 구성됐다. 

한화오션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기상 상황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을 예측할 뿐 아니라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동한 곳은 많은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슬로싱 연구센터'다. 슬로싱 연구센터에서는 운반선 탱크에 담긴 원유나 LNG가 흔들리는 선박 내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슬로싱이란 구조물의 동요에 의해 유체 액면이 탱크 내에서 동요하는 현상을 말한다. 액체화물운반선의 경우 슬로싱 현상에 의해 화물창의 구조적 손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박 건조 설계 시 유체와 구조물 상호작용을 고려한 화물창의 정확한 강도 평가기술이 요구된다.

선주 입장에서는 원유를 탱크에 가득 실어 전량 내리는게 이익이지만, 전량 실을 경우 원유가 증발해 탱크가 터질 수 있어 90~95%만 실어야 한다. 

전량을 내리는 것도 손해다. LNG의 경우 영하 163도로 낮기 때문에 탱크를 비우면 온도가 올라가게 돼 다시 LNG를 채울 때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10%정도는 남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10%정도 남겼을 때의 유체 움직임도 파괴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에서의 유체 움직임을 연구하고 있다"며 "가혹한 환경을 조성해 다양한 케이스를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채택한 형태는 8각형이다. 그렇다고 정팔각형 형태도 아니다. 원유를 95%가까이 채워 운반하기 때문에 밑면은 사각형에 가깝게 디자인했으며, 탱크의 윗부분은 액체의 흔들림에도 외벽이 파괴되지 않도록 비스듬하게 디자인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가장 안전한 형태는 구 형태다. 하지만 구 형태는 빈 공간이 많아 운반 용량이 적다"며 "최종적으로 구 형태에 가까우면서 용량을 키울 수 있는 8각형 형태를 채택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말 새롭게 출범한 후 경영 체질 개선과 사업부제로의 조직 개편 등을 통해 효율성 강화 및 생산성 향상에 주력,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 당기순이익 2316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흑자 전환을 통해 한화오션의 2023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13조3000억원이다. 같은 기준 부채총계는 10조6000억원, 자본총계는 2조700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약 397%로 2022년 말(1542%)과 비교해 지속 개선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부채비율은 200%대로 개선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약 3년 치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99척의 상선 수주 잔량 중 무려 66%에 해당하는 65척이 수익성이 높은 LNG 운반선이다. 이러한 수주 잔량의 특성으로, 이번 3분기부터 시작된 흑자 기조는 4분기는 물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