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0.30 13:54

공정위, '자율성·차별성' 판단기준 상시 완화…납품업자, 자기 상품 할인 품목·비율 스스로 결정하면 '차별적 행사'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경쟁당국이 대규모유통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정액과징금 상한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고 판촉비용 부담전가 행위에 대해서는 '3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간 판촉행사 비용분담 규정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와 공동으로 판촉행사를 실시하는 경우 최소 50% 이상 판촉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다만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자발성) 다른 납품업자와 차별화되는(차별성) 판촉행사 실시를 요청하는 경우 비용분담 의무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간 공정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유통업체 및 중소 납품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2020년 6월 공동판촉행사 시 비용분담의 기준이 되는 자발성‧차별성 요건을 완화하는 '판촉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운용해왔다. 당초 2020년 말까지만 한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납품·유통업계의 요청으로 지금까지 매년 유효기한을 연장했다.

가이드라인을 여러 차례 연장함에 따라 유통 및 납품업계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수년째 적용하고 있어 공정위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은 크게 판촉비용 분담 판단기준 합리화, 반칙행위 엄단을 위한 사후규율 강화, 자율적 상생협력 기반 확충으로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그간 한시적으로 운영해오던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심사지침에 반영해 비용분담 의무 예외사유인 자율성·차별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상시적으로 완화한다.

대규모유통업자가 행사 기간, 주제, 홍보, 고객지원방안 등 판촉 행사를 기획하더라도 참여업체를 공개모집하고 납품업자가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 자발적인 행사로 인정한다. 이때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의사에 반해 행사에 참여하도록 하는 직·간접적인 강요는 금지된다. 

납품업자가 자기 상품의 할인 품목, 할인 폭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에는 차별적인 행사로 인정한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가 기획하는 정기세일, 할인전 등 가격할인행사를 활성화해 매출 증대, 재고 소진 등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모두의 이익을 제고하면서 가격할인에 따른 소비자 효용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판촉행사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게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가 발생할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 반칙행위에 대한 사후규율은 보완한다.

우선 대규모유통업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정액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법이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적 지위임을 고려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정액과징금 상한(10억원)과 같거나 더 높게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 등이 지속 제기됐다. 추후 판촉행사 관련 서류보존의무도 신설할 예정이다.

또 판촉비용 부담전가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3배소) 신설을 추진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제7조 부당감액, 제10조 부당반품, 제12조 납품업자 종업원 부당사용, 제18조 보복행위 등 4개의 법위반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있다. 향후에는 판촉비용 부담전가 행위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한다.

이외에도 유통업계와 납품업계간 자율적인 상생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한 상생 유인구조를 마련한다. 연내 유통분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기준을 개정해 대규모유통업자의 판촉비용 분담실적 항목을 신설하고 대규모유통업자가 비용분담 의무(법 제11조)를 위반하면 이를 추가 감점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제도 운용에 있어 시장의 자율성을 높여 다양한 판촉행사를 활성화하겠다"며 "반칙행위에 대한 사후규율을 보완해 유통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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