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01 16:37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KT)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KT가 사력을 집결해 준비해온 대규모 언어모델(LLM) AI '믿음(Mi:dm)'을 공식 발표하는 기자설명회에 KT의 수장인 김영섭 대표이사 사장이 불참,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이후 초거대 AI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세계적 관심사이자 국내 IT업계의 최대 화두다. 따라서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의 '믿음' 출시는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끌어왔다.  

1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행사로 기대됐던 지난달 31일 기자설명회에 김 사장은 물론 KT의 AI사업을 총괄하는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 김이한 KT 융합기술원장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날 설명회는 최준기 KT AI·빅데이터 본부장이 좌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KT 측에서 배순민 AI2XL 연구소장, 조성은 SW개발본부장 2명이 배석해 최 본부장을 도왔고, 협력업체 대표로 콴다를 서비스하는 이용재 '매스프레소'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의 대표 등 2명만 참석했다. 

KT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AI 사업화에 초점을 맞춰 핵심 실무자로 발표 라인업을 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설명회 형식도 오프라인이 아닌 1시간 남짓한 온라인 설명회로 이뤄지면서 '김 사장의 침묵'으로 해석될 여지를 낳았다.

특히 이같은 김사장과 KT의 행보는 AI 시장을 겨냥한 네이버와 SK텔레콤, LG그룹등 경쟁업체들과 대조적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자사의 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출시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수연 대표를 비롯 핵심임원 및 자회사 대표들까지 총 출동해 하이퍼클로바X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최 대표는 당일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며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SK텔레콤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월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SK텔레콤의 AI 브랜드 '에이닷(A.)' 정식 출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주요 임원들을 대거 이끌고 나타나 도이치텔레콤, 싱텔 등과 결성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바탕으로 에이닷을 45개국 약 12억명을 포괄할 수 있는 AI 개인비서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은 앞서 AI 컴퍼니 전환을 선언하고 '에이닷'을 고도화하고 있다.

LG그룹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개최한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공개한 자리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이끌었다. 그리고 LG는 계열사를 통해 엑사원을 산업 현장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통신 맞춤형 AI인 '익시젠(ixi-GEN)'을 개발,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카카오는 연내에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초거대 AI 모델 '코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코GPT 2.0'을 공개할 계획이다. 

정부도 AI 주권 보호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0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가 개최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자리에는 김사장도 참석했다.

이런 상황과 대조적인 김 사장의 행보에 ▲연말 대형 임원인사와 연계설 ▲전임 회사경영진의 성과에 흔쾌히 손 들어주기 힘들었을 것 ▲'믿음' 성능에 대한 낮은 신뢰 등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8월 30일 KT 신임 사장에 공식취임 후 지난 2개월간 별다른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고강도 쇄신을 내세운 연말 대형 인사에 KT의 AI사업을 총괄하는 임원들을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어 김 사장이 전임 경영진의 경영성과로 연결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는 해석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믿음' 출시 발표회는 KT가 지난해 11월 '믿음'의 상용화 추진 계획을 발표한지 딱 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전임 경영진의 성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 

'믿음'의 성능에 대해 확실한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해서 불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믿음'이 구글·앤트로픽·오픈AI(MS)·메타는 물론, 독자적 AI 개발에 나선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에 비해 성능이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인지한 행보라는 해석과 연결된다. 실망감을 안기고 싶지 않다는 것. 

실제로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지수 중 하나는 파라미터(매개변수)인데 ‘믿음’의 파라미터는 최대 2000억개 이상이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의 이전 버전인 ‘하이퍼클로바’ 2021년 11월 기준 파라미터 숫자가 2040억개였으니, 파라미터로는 2년전 네이버에도 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수장의 참석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다만 초거대 AI 경쟁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 김 사장의 참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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