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1.01 18:35

새 건강기능식품 출시 통해 충성고객 확대 추진

마크 마덴 썬키스트 부사장(왼쪽)과 최환원 광동제약 전무이사가 미국 협동조합 ‘썬키스트 그로워스’의 한국 사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광동제약)
마크 마덴 썬키스트 부사장(왼쪽)과 최환원 광동제약 전무이사가 미국 협동조합 ‘썬키스트 그로워스’의 한국 사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광동제약)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광동제약이 세계적 과일 브랜드인 ‘썬키스트’의 국내 판권을 가져오면서 주력 제품 ‘비타500’에 썬키스트 브랜드를 더한 신제품 출시 가능성을 예고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최근 썬키스트 그로워스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상표권은 내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광동제약은 썬키스트 브랜드 제품들의 생산‧판매와 신제품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계약이 단순 브랜드 확보 차원이 아닌, 시장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동안 썬키스트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음료 자회사 해태htb가 국내 판권을 보유했다. 지난 1982년 ‘썬키스트 훼미리 주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과채음료를 선보이는 등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또 다른 과일 브랜드인 ‘델몬트’는 비슷한 시기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판권을 가져오면서, 양 브랜드가 국내 과일 주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이 썬키스트를 포기한 것은 국내 과채음료 시장의 하락세와 함께 브랜드에 투자할만한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만 썬키스트 브랜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브랜드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코카콜라 음료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aT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과채음료 시장 규모는 3151억원이다. 2012년 9093억원에서 2021년 6432억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는 추세다.

특히 썬키스트는 델몬트와 오랫동안 1위 다툼을 이어왔지만, 2021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5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2021년 과채음료 브랜드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은 ▲델몬트(1964억원‧점유율 15.2%) ▲자연은(901억원‧7.0%) ▲미닛메이드(891억원‧6.9%) ▲아침에주스(686억원‧5.3%) ▲썬키스트(654억원‧5.1%) 순이다.

시장에서는 과채주스의 지속적인 판매 저하를 두고 당류 섭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건강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설탕을 넣지 않은 ‘제로음료’가 전체 음료 시장의 소비를 견인한 점도 음료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한다.

더욱이 LG생활건강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주력사업이었던 뷰티사업이 침체를 보이고, 음료사업이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3분기 음료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한 5059억원, 영업이익은 11.3% 증가한 738억원을 기록했다. ‘코카콜라 제로’와 ‘파워에이드 제로’와 같은 무설탕 음료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잘 되는 음료사업에서 과채음료를 과감히 정리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이 매년 지불하는 썬키스트 브랜드 로열티는 특정제품 순매출액의 1.5~5.0% 수준이며, 최소금액은 100만달러(약 13억원)로 알려졌다.

광동제약 ‘비타500 제로 르세라핌 팝아트 에디션’. (사진제공=광동제약)
광동제약 ‘비타500 제로 르세라핌 팝아트 에디션’. (사진제공=광동제약)

그럼에도 광동제약이 썬키스트 브랜드를 가져온 것은 LG생활건강과 다른 셈법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과채음료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자사 대표 제품인 비타500의 카테고리를 썬키스트 브랜드로 확대하면 비타민 음료에 대한 충성고객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비타500의 매출 규모는 2021년 1079억원, 지난해 1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비타민음료 시장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제약사의 장점을 십분발휘한 썬키스트 브랜드 건강기능식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썬키스트 브랜드를 입힌 멀티비타민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 밝혔으며, 이는 기존과 다른 썬키스트 신규 카테고리 확보와 약국 판매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또한 광동제약이 확보한 유통망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게 한다. 광동제약은 2013년부터 국내 생수 1위 브랜드 ‘삼다수’의 위탁판매를 맡아오면서 판매와 물류 등 전국적으로 촘촘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 진행된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위탁판매권 공개모집에서는 주요 식음료업체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등 ‘어삼광(어차피 삼다수 유통은 광동제약)’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바 있다. 광동제약의 삼다수 유통망의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40여 년 동안 보유한 썬키스트 브랜드를 포기한 것과 이를 놓치지 않은 광동제약의 승부수가 시장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엿보게 한다”며 “광동제약이 삼다수와 같은 위탁사업에서 오랫동안 성과를 내왔기 때문에 썬키스트 브랜드를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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