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1.02 14:56

"인프라 집중·예산 지원 확대로 혁신역량·집적경제 최대화할 때"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청년들이 서울로 몰리면서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년들에게 수도권 외의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간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은 약 12%의 국토에 50%가 넘는 인구가 몰려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의 집중도를 보인다.

2020년부터 수도권 인구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수도권은 인구 위축에 따른 성장잠재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소멸이 목전으로 다가온 단계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최근 청년층의 활발한 인구이동으로 심화되고 있다. 2015~2021년 중 수도권 인구 증가에 대한 청년 유입의 기여율은 78.5%에 달한다. 반대로 인구가 감소한 동남, 호남, 대경권에서 청년 유출의 기여율은 각각 75.3%, 87.8%, 77.2%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도권은 계속 팽창하는 반면 다른 대도시권들은 쇠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일방적인 청년 유출로 비수도권은 노동공급 부족 및 미스매치, 인적자본 둔화, 출산 감소 등으로 산업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반면 청년 유입이 지속되는 서울은 과도한 도시밀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혼과 출산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국가 전체의 출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6년까지 40만명대를 유지했던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 30만명대로 떨어졌다. 2020년(27만2337명)에는 3년 만에 30만명대를 하회했고 작년(24만9186명)에는 25만명대마저 무너졌다. 올해도 출생아 수는 내리막이다. 1~8월 출생아 수는 15만8429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24만명대도 자신할 수 없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올해 0명대가 확정적이다. 1분기 0.81명, 2분기 0.70명으로 역대 최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0명대를 기록 중이며 매년 역대 최저를 경신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층의 성장 지역과 대학 소재지 경로별 혼인 가능성의 차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 과도한 인구가 집중되면서 파생되는 높은 경쟁감과 심리적 불안감, 그로 인한 결혼 기피 현상이 수도권 청년층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주택가격이나 지역 물가 등 수도권 내 경제적 특성도 혼인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층 유출은 비수도권 지역경제에 특히 큰 부담이다. 출산 감소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지난 20년간 청년 유출에 따른 호남권의 2021년 출산 손실은 출생아 수의 49.7%나 됐다. 대경, 동남권도 31.6%, 21.9%로 높았다.

청년층 노동공급 감소는 미스매치 확대로 지역 고용을 악화시켰고 기업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유출이 증가하면서 인적자본이 둔화됨에 따라 중장기 성장추세도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인구유출과 지역경제 악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오랜 기간 추진했으나 수도권 집중을 확실히 억제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분산된 지역 규모로는 인구와 자원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

결국 수도권의 압도적인 경쟁우위가 공고한 가운데 일자리의 양과 질, 그리고 문화·의료 등 도시 서비스에 민감한 청년층에게 수도권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은 "권역별 거점도시들이 규모와 중심기능을 회복해 전체 권역의 산업경쟁력과 집적경제를 최대화하는 것이 일방적인 쏠림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주요국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비수도권에서 거점도시로의 집중이 실제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예산을 배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발전전략을 거점도시 중심으로 전환해 정책효과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비수도권 권역별로 서울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실질적인 중심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인구가 줄고 재정부담은 커지는데 모든 지역이 고성장할 수는 없는 만큼 이미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거점도시에 인프라를 집중해 전체 권역의 혁신역량과 집적경제를 최대화하는 것이 청년들에게 수도권 외의 대안을 제공하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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