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03 17:00

정부 잦은 압박에 '내성' 생겨 vs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정부 압박에 내성이 생겨서 그렇다' vs '그래도 대통령 발언인데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카카오그룹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위기대응방식이 구설수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독점의 횡포"라고 질타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그룹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지만 이 회사 위기관리 담당 핵심직원들이 윤대통령 발언 다음날에도 평소처럼 연차 혹은 재택근무로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3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대 언론을 총괄하는 커뮤니케이션팀은 담당임원을 포함해 총 4명. 그런데 윤 대통령의 발언 이튿날인 지난 2일 4명의 직원 중 2명이 연차휴가를 냈거나 재택근무를 했다. 언론을 통해 위기관리를 하는 핵심인력 절반이 관련 악성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자리를 비운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의 최전선은 국민이지만 모두 만나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으니 언론은 위기 때 1순위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대놓고 특정기업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은 "'약탈적 가격'이라고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거라 이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범 골목상권' 보호 의지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카카오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같은 날 곧바로 낸 입장문을 통해 택시 수수료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이를위한 택시업계와의 간담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도 판교 알파돔타워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딱 거기까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 위기관리팀의 연차·재택 근무가 이를 반증한다는 것.  

대통령의 비판조차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반응은 20년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까지 소환하고 있다.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에게 인사청탁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전직 건설회사 사장이 투신자살했다.

노 전 대통령이 TV기자회견에서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직후였다. 대통령 발언이 갖는 무게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윤대통령의 발언을 중량감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반응을 두고 시대가 크게 변한데다가 그만큼 카카오의 위기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관계당국의 전방위적 공세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매출액 약 3000억원을 부풀린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아래 7월부터 감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도 이 회사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우티·타다 등 경쟁사 가맹택시에 승객호출(콜)을 매칭하지 않고 차단했다는 혐의로 제재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지난 2월에도 이 회사가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만 우대했다는 점을 들어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또 공정위발 악재가 터진 것이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 창업자이기도 한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리스크로 구속 위기에 처해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윤대통령의 지적마저 그간 거론돼온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정부 압박의 하나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대처방식도 진솔하고 다급한 형태가 아니라 임시방편 수준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는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독과점 논란이 나오면 몸을 사리다가 주춤해지면 사업을 확장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IT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논쟁있는 사회적 이슈를 겪었지만 빅테크기업에 대한 글로벌 및 국내의 온정적 분위기를 타고 극복해왔다"며 "그렇게 자리잡은 문화도 대통령의 발언까지도 시간이 가면 넘어갈 사안으로 가볍게 판단하는 정서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회사가 사실상 택시호출앱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업확장에 제동이 걸린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 매각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내부반발로 철회할 정도로 진퇴양난에 처한 상태다.

다른 인사는 "특수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대통령의 발언마저 가볍게 대응하는 태도는 개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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