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희 기자
  • 입력 2023.11.03 16:52

조합 임원 "법적 지위 인정받는 행정절차 완료" vs 조합원 "임총 소집 통해 새 집행부 구성"

용인등기소(사진=포탈캡처)
용인등기소(사진=포탈캡처)

[뉴스웍스=최윤희 기자]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의 특수법인 임원변경등기가 사건의 성격, 사실판단의 복잡성 여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돼 조합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수원지방법원 용인등기소는 지난 10월 임시총회 결의로 새로 선출된 조합장과 임원 56명의 취임 등기를 구하는 조합 측의 임원변경등기 신청서 및 첨부서류를 지난달 30일 접수 완료해 총회 속기록 등을 검토한 후 31일 '조사 대기중'으로 등기부상 등재를 보류시켰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다음날 곧바로 보정명령 등 별다른 절차 없이 등기를 실행했다.

사단적 법률행위인 주주총회 결의 사항은 그 성립과정에서 다수인의 의사와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섞여 있어 총회 결의의 유효를 전제로, 필히 법인등기신청이라는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총회 결의가 정족수 미달 사태로 조합 정관에 위반한 사실이 있다며 총회 의결권에 대해 다수의 조합원들이 제기한 문제들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회효력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등기 집행을 미뤄달라는 민원신청과 함께 추가적인 제보가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등기소가 이같은 요구를 무시한 채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면서 그 배경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해당 업무를 관장한 등기관은 "마침 그 무렵 법인 사건도 별로 없었고, 접수 전 등기 사건이 모두 마무리돼 업무가 빨리 처리된 것일 뿐"이라며 "등기 결정에 대해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이의신청을 접수하라"고 밝혔다.

이제 남은 절차는 용인시가 조합측으로부터 임원 변경에 대한 고지를 받고 경찰과 협조해 임원들의 해임 소지와 직결된 범죄 이력 여부만 파악해 통보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이뤄지면 조합 등기 판결에 대한 모든 법적 절차는 마무리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해당하는 조합의 경우 임원 변경 시 최초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지정권자인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아 등기소에 등기토록 명시돼 있지만, '도시개발법' 상 조합 임원변경 사항은 관할관청에 어떠한 고지의 의무도 없다.

등기 완료에 따라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 신임 조합장은 거대 이권이 걸린 각종 계약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개발사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이영환 신임 조합장은 지난 2일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SNS를 통해 "등기소의 법인등기변경은 새로운 집행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행정절차가 완료됐음을 의미한다"며 "더 이상 사업추진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조합이 당면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 추가 분담금 없이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자 이를 막기 위해 총회 의결 절차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대다수 조합원 측은 지난 2일 긴급 오찬회동을 갖고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19일 개최된 용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조합 불법 임시총회는 무효이며, 지난 2017년 8월 11일 용인시가 허가한 환지계획인가 승인도 취소한다는 2가지 안건을 가지고 총회 소집을 발의해 빠른 시일내 임시주총을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수원지법을 통해 임시총회결의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논 상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외부세력에 의해 조합 내부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너무 한쪽으로 편중된 용인시의 관리 실태는 지역 숙원사업이라는 미명하에 특정 민간업체 몰아주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18년 동안 업무대행사와 비리세력들이 법도 절차도 없이 온갖 부정을 일삼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는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세력의 숨은 의도가 노출돼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과거와 똑같은 길을 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발족된 '조합원땅지킴이본부' 관계자는 "참을만큼 참았다. 이제 조합원들은 사업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적임을 경계하고 다함께 뜻을 모아 현실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조합 정상화를 위해 임시총회 개최 발의를 징구해 실체적 하자가 있는 현 집행부를 모두 해임하고 새로운 선거를 통해 조합과 조합원을 위한 집행부 구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합 등기 완료와 관련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여러 추측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선상으로 개별적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공보관실을 통해 정식으로 대면 취재 요청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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