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1.06 15:35

빛바랜 김치 종주국 위상…통계 집계 이후 16년 동안 자력 흑자 없어

베트남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베트남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김치 수출 기업들이 엔화 가치 하락에 직격타를 맞았다. 

올해 김치 수출은 상반기 최대 실적에 힘입어 사상 처음 ‘자력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수퍼 엔저’라는 변수와 함께 하반기 중국산 김치의 수입 물량 확대까지 겹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으로 수출된 김치 수출액은 4877만달러(약 634억원)로 집계된다.

월별 수출액은 1월 536만달러로 시작해 3월 601만달러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8월까지 평균 550만달러 이상의 수출액을 나타냈다. 그러다 9월 들어 수출액이 469만달러로 내려앉으며 엔저 현상에 취약함을 노출했다.

원‧엔 환율은 8월까지 100엔에 910~920원대를 형성하다 9월 들어 9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달에는 890원대, 이달 3일 기준으로는 87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관세청 최신 통계가 9월인 점을 고려하면 10월과 11월의 김치 수출액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김치 수출 1위국으로 1~9월 전체 수출 물량의 41.0%를 차지한다. 

김치 수출 기업들은 이러한 환차손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엔저 현상이 멈추지 않고 100엔당 800원까지 붕괴된다면 ‘팔아도 손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겪어오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민감도가 매우 높다. 즉, 환차손을 방어하고자 제품 가격을 올린다면 일본 현지의 김치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손해를 그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올해 1~9월까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억2215만달러(약 1587억원)를 기록했다. 김치 수입의 99.9%는 중국산이며, 국산 김치보다 평균 3배 가까이 저렴한 탓에 외식업체와 식품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수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자국의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위안화 약세의 환율 정책을 펼치고 있어 중국김치의 수입이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크게 오르는 점도 중국김치 수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배춧값 인상은 올해 기상악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11월호 엽근채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으로 10㎏에 8000원이다. 이는 전년 동월 5561원보다 43.9% 급등한 가격이다.

대상 횡성공장에서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상)
대상 횡성공장에서 김치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상)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도 김치 무역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산 김치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치 무역수지는 수출입 통계가 집계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자력으로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2009년과 2021년 각각 2305만달러와 1917만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알몸 김치 파동’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중국김치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올해 상반기 대대적인 수출 증대로 인해 연간 흑자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기존의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한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김치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2억6208만달러(약 3400억원)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수출 1위인 일본의 김치 무역수지 누적 흑자는 5억8315만달러(약 7570억원), 수입 1위인 중국의 누적 적자는 13억1470만달러(약 1조7090억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 영향력에 힘입어 김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고착화된 김치 무역 적자는 우리나라가 과연 김치종주국이 맞냐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단체급식과 같이 김치 수요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에 국산 김치 소비를 장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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