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1.08 13:38

"직무상 법률 위반 증거 잘 몰라…잘못하면 오남용"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제1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당)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제1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당)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추진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은 민주당이 총선 때까지 방송통신위원회를 '식물 부처'로 만들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잖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빠르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 한동훈 장관과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168석의 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8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우리나라 헌법에서 탄핵을 하려면 고위직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법률 위반을 해야 하는데, 직무상 법률 위반을 했다는 증거도 잘 모르겠다"고 피력했다.

이어 "방통위원장 또는 법무부 장관, 이런 중요한 국가의 공기능을 스톱시키는 건 정치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제1당으로서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민주당이 과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던 것을 거론하며 "이상민 장관 탄핵이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을 받지 않았나. 그러면 (탄핵을)주도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고 사과도 안 하고. 그래서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원내 160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바탕으로 해서 그냥 탄핵을 하는 건 잘못하면 오남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 명백하지 않음에도 민주당이 한 장관과 이 위원장 등 국무위원 탄핵카드를 남발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로 읽혀진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한 장관과 이 위원장 등의 탄핵안을 국회에서 밀어붙일 경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이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위원인 한 장관 등을 해임할 수 없고, 해당 국무위원 또한 사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한 장관의 경우 총선 출마는 불가능해지고, 이 위원장의 경우엔 방통위가 현재 이상인 방통위원과 2인 체제로 겨우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헌재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그 어떠한 의사결정도 내릴 수 없는 식물부처로 전락하게 된다.

당장 방통위는 오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MBN 재승인 여부 등을 심의·의결해야 하고, 유진투자증권의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만일 이 위원장이 탄핵된다면 이 같은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또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조건 이행실적 점검 결과 발표도 미뤄지게 되며, 인앱결제 강제조치 과징금 부과처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현안 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한 장관에 대한 탄핵은 법무부 장관 대행체제로 업무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지만, 이 위원장의 탄핵은 방통위의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사실상 방통위가 뇌사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거에 국회가 이상민 장관 탄핵안을 의결한 날로부터 167일 만에 헌재의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것을 감안하면, 이 위원장이 탄핵된다면 방통위의 업무공백 상태는 최소한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란 취지로 국민들을 호도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사건'처럼 총선 정국에서도 가짜뉴스가 난립되면서 총선판이 혼탁해질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여권 일각에선 총선 때 가짜뉴스 난립에 따른 여론 왜곡을 도모하려고 민주당이 이 위원장을 탄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