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1.14 17:38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2018년 이후 점차 확대되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멈춰 섰다.

지난 9월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로 전환한 데 이어,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등의 사용 규제를 포기하는 방안을 발표,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에서 손을 떼는 모습이다.

그동안 플라스틱 빨대보다 1.5배 가량 비싼 종이 빨대와 늘어난 설거지를 할 인력에 드는 추가 비용 등을 감당해 온 자영업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환경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한쪽’의 희생을 꼽았다. 일회용품 감량이 비용 부담 등을 감내한 자영업자의 일방적인 부담으로 쌓아 올린 공적이라는 것이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쪽을 희생해 일회용품을 감량한 것이 과연 칭찬받을 일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년간 흐물거리는 종이 빨대를 사용하며 현재의 편리함보다 미래를 위한 불편함을 감내해 온 시민들의 노력과 일회용 컵 회수율을 일일 최대 90%까지 끌어올린 제주시의 성과는 '희생'으로 언급되지 못했다.

일회용 컵 줄이기에 앞장섰던 제주시의 주간 일회용 컵 회수량은 지난 9월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로 전환한 이후, 10월 한 달간 꾸준히 떨어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시의 일회용 컵 회수율은 첫째 주보다 넷째 주에 22.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품 규제가 다시 제자리로 향한 것은 15년 전과 닮아있다. 지난 2002년 환경부와 외식업계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진행했다. 2003년부터는 대형 매장에서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외부로 가지고 나갈 경우 보증금을 부과하는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을 20일 앞두고 환경부는 다회용 컵 회수와 관련한 인프라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한 가맹점주들의 반발과 미환불금 문제, 소비자 불편 가중 등을 이유로 5년 만에 관련 규제를 백지화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08년 당시 일회용 컵 사용 규제가 해제된 이후 5년간 종이컵 사용량은 4배 가량 폭증했다.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한 과거와 현재의 정책은 5년에서 멈춘 정책 시행 기간부터 총선을 앞두고 급선회한 방향성, 환경을 위해 힘써온 시민들의 노력을 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만들어 버린 모습까지 '데칼코마니'다.

국내 환경 정책이 뒷걸음질 치는 데 반해 국제적인 환경정책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3차 협상이 진행 중이다. 

환경부 홈페이지 인사말에 걸려 있는 ‘탄소중립 실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이라는 목표가 무색할 따름이다. 지난 5년 간 펼쳐진 민관의 노력을 중단하고 거꾸로 가는 ‘로꾸꺼 정책’이 아니라 50년, 500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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