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1.16 13:56
이마트 한 매장에서 직원이 유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한 매장에서 직원이 유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원재룟값 상승과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 인상을 이어간 식품 업계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물가안정과 관련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에만 식품 업계를 네 차례 호출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5일 농림식품산업부는 라면 업계 1위 농심을 방문해 고물가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는 만큼, 가격 안정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날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라면, 스낵과자 등의 가격 안정화와 체감물가 완화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마트를 방문해 업계의 꼼수 인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가격을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며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양을 줄여 팔 경우, 판매사의 자율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는 빵과 우유 등 9가지 가공식품과 관련해 이른바 ‘과자 사무관’, ‘라면 사무관’ 등으로 불리는 물가 관리 전담자를 지정해 매일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가 압박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는 것은 가격 인상에 나선 식품 업체들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업체들이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밀과 옥수수, 팜유 등의 원재룟값이 하락한 것도 한몫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시장 등에 따르면, 이달 밀의 부셸 당 가격은 평균 5.69달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격이 올랐던 지난해 5월보다 50.3% 내렸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 (사진제공=삼양식품)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 (사진제공=삼양식품)

이런 가운데, 식품 업계의 3분기 실적은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매출보다 영업이익의 상승폭이 컸다.

동원F&B는 올해 3분기 매출 2조3843억원, 영업이익 15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 19.6% 각각 상승한 실적이다. 동원F&B는 지난 5월 컵커피 가격을 10%가량 인상했고, 10월에는 유제품 가격을 5% 인상했다.

올해 들어 ‘메로나’ 가격을 두 차례 올린 빙그레도 3분기 영업이익 6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3.9% 증가했다. 매출도 11.2% 늘었다.

지난달 ‘스크류바’, ‘돼지바’ 등 막대형 아이스크림 9종 가격을 25% 인상한 롯데웰푸드도 3분기 영업이익 800억원을 거두며 전년보다 40% 이상 신장했다.

제품의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봤다고 지목된 업체들의 실적도 고공 행진했다. 

‘탱글뽀득 핫도그’의 핫도그 개수를 한 봉당 5개에서 4개로 줄인 풀무원은 3분기 영업이익 219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보다 55.2% 늘었다.

‘고향만두’의 용량을 기존 415g에서 378g으로 줄인 해태제과도 3분기 영업이익 130억원으로 같은 기간 242.1% 늘었다. 

값이 하락하고 있는 밀을 주원료로 하는 라면·스낵 업체의 영업이익은 두 배로 껑충 뛰었다.

농심은 3분기에 매출 8559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거둬, 같은 기간 각각 5.3%, 103.8% 상승했다.

불닭볶음면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은 3분기 4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124.7% 늘어난 역대급 분기 실적이다.

오뚜기는 3분기 매출 9087억원, 영업이익 830억원으로, 각각 10.6%, 87.6% 증가했다.

그러나 식품 업계는 원재룟값 인하 요인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직접 수급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 업체를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원재룟값 하락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식품 부문이 생활과 직결돼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업계의 호실적도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2~3%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해 상황이 나아진 것이지, 마냥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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