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1.16 15:26

국민의힘 관계자 "장제원 발언 '반기' 아냐"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고리로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른바 '윤심'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에 대한 거취 표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인 위원장에게 실제로 윤심이 실려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아울러, 인 위원장의 주장대로 설령 다소 '윤심'이 실려있다쳐도 '윤심 그대로'가 아닌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인 윤심'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내비치는 인사들이 적잖다. 

우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위원장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김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당 내부 문제는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해결하는 시스템이고 잘 작동 중"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내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응답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인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여과없이 표출한 셈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김 대표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른바 비윤계(비윤석열계)가 혁신위를 통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을 이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흉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감지된다. 

혁신위에 소속된 일부 인사들이 과거부터 이준석 전 대표와 상당한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인사들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어주기 위해 윤심을 가장해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을 쳐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인 위원장의 '윤심' 거론은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게 핵심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지지자 모임인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4200여명의 지지자가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장 의원은 14일 본인 유튜브 채널 '장제원TV'에 지난 12일 부산의 한 교회에서 간증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장 의원은 "저는 눈치 안 보고 산다, 할 말은 하고 산다"며 "제가 16년간 걸어왔던 길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제원(가운데 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처=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제원(가운데 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처=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혁신위의 거취 표명에 대한 반발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인요한 위원장이 윤심을 꺼내 듬에 따라, 결국 장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식의 해석이 난무했다. 

하지만 16일 기자가 만난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장 의원이 대통령께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은 언론의 과도한 해석이며 사실과 다르다"며 "장 의원은 누구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원하고 있다. 장 의원의 산악회 모임 행사가 마치 대통령과 맞서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악회는 원래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안다. 장 의원은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지지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건강과 친목을 다져왔었다"며 "버스 92대가 동원됐다고 하던데, 그렇게 많은 버스를 하루아침에 갑자기 구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인요한 위원장이 '(대통령께서) 소신껏 하라'고 원론적으로 말한 것을 두고 확장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대통령께서 특정 누군가를 쳐내려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께서 당 분란을 가중시킬 일을 하시겠느냐"며 "누군가를 쳐내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당을 흔들어 보려는 누군가의 모략인 듯 싶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출처=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출처=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한편에서는 이준석 전 당대표가 혁신위를 통한 차도살인으로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흉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16일 유튜브채널 '따따부따'에서 "이준석 씨가 혁신위를 이용해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인사들을 몰아내고 자기가 당에 복귀하려는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영삼 원장은 또 본인이 취재한 것을 전제로 "하태경 의원이 혁신위 핵심 인사에게 지인을 보내 이준석 씨를 국무총리 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의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앞서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인이 주최한 '수도권 민심을 데이터로 분석한다' 세미나에서 윤 대통령과 이준석 씨 사이를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에 빗대 "(윤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에게 내각(장관) 추천권과 공천권을 줘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김대중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대신 김종필 총재는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장관 지명권, 내각제 추진 등을 약속받았다. DJP 연대를 기점으로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1.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태경 의원은 "만약 국민의힘 내에서 이 전 대표 세력을 하나의 지분을 가진 존재로 인정한다면 그에 걸맞게 지분을 줘야 한다"며 "내각 추천권도 주고 공천권도 줘야 한다. 이는 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의 세력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면 윤 대통령 본인에게도 큰 피해가 돌아간다. 레임덕이 올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본인을 위해서라도 총선 이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이 전 대표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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