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만수 기자
  • 입력 2023.11.17 16:45

지열발전 사업 의한 '촉발 지진' 인정
단체소송 중 21건 대해 6년 만에 판결

 2017년 11월 15일, 포항을 강타한 지진피해 이재민 대피소 모습. (사진제공=포항시)
2017년 11월 15일, 포항을 강타한 지진피해 이재민 대피소 모습. (사진제공=포항시)

[뉴스웍스=최만수 기자] 2017년 포항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촉발지진 피해 주민들이 지열발전 관계자와 국가 등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민사부에서 16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은 포항 도심에서부터 인접한 곳에서 시행되고 있던 지열 발전사업이 지진을 촉발했다는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나온 후 피해 주민들이 지열발전 관계자와 이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기관인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및 재산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이다.

첫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된 후 포항지진 공동소송단 등을 중심으로 5만여 명이 소송에 동참했다. 촉발 지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10만원에서 1000만원을 청구한 이후 긴 법정 공방을 거쳐 마침내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는 촉발 지진이 발생한 지 6년 만이다.

재판부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사업자의 과도한 물 주입에 의해 발생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과 감사원,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고, 지열발전 사업자와 국가 등은 피해 주민의 손해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피해 주민 1인당 최대 200만~3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세부적으로 2017년 11월 15일 본진 피해만 겪은 경우에는 200만원, 본진과 2018년 2월 11일 여진까지 모두 겪은 경우는 300만원을 산정했으며, 청구 금액이 그에 미치지 못한 경우 청구 금액으로 한정했다. 다만, 각 피고의 책임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판결이 이뤄진 사건은 포항지진 피해 주민들이 제기한 단체소송 중 일부인 21건(원고 4만8000여명)으로, 재판부는 지열 발전사업과 포항지진의 연관성,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원고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피해 주민들이 일부 승소함에 따라 원고 및 피고는 물론 현재까지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포항시민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11.15 촉발 지진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5년으로 2024년 3월 20일까지다. 시는 자체 법률상담을 진행하는 등 피해 주민 편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법원이 포항지진의 원인에 대해 지열발전 사업에 의한 촉발 지진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진으로 큰 고통을 겪은 포항시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판단으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2017년 11월 15일 포항의 지열 발전사업 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2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18명(사망 1명, 부상 117명)의 인명피해와 피해구제 접수 결과 11만여 건의 시설 피해가 확인되는 등 한반도 지진재난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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