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1.17 18:44

김무성 "대통령 주변 인사 당 위해 희생해야"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7일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는 상향식 공천'을 4호 혁신안으로 내놨다. 

'중진 용퇴' 권고안을 두고 충돌했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회동으로 갈등 봉합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은 분위기다.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없는 공정 경선을 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여기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의 전과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안이 포함됐다. 한마디로 범죄와 연루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다만 혁신위는 구체적인 방식, 여론조사 비율 등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정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혁신위는 회의 직전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이종찬 광복회장을 초청해 면담했다. 당의 원로인 이들은 인 위원장의 친윤(친윤석열) 용퇴 권고안을 지지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김 전 대표는 원로들과의 비공개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권력자 주변에서 그 권력을 독점하고 향유한 사람들이 몸을 던져야 한다. 당을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권력이 국민에게 져주는 모습을 취해야 하고, 여당은 야당에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광복회장도 "이 분(인 위원장)이 얘기한 것에 반발해 버스에 사람 동원해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선거를 위해 현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최근 자신의 지지자 모임에 버스 92대, 4200여 명이 모였다고 소개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회의에 앞서 김 대표와 만나 "당과 우리 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드리겠다"고 시사했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중앙당사에서 40여 분간 면담했다. 이들은 만남에서 김 대표가 "요새 힘드시죠"라고 인사를 건네자 인 위원장은 "살아 있다"고 답했다. 짧게 주고 받은 인사말이지만,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는 예사롭지 않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면담 후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이번 혁신위는 과거와는 달리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주고 활동해 주신 거에 대해 감사드렸고, 앞으로도 혁신위의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혁신위 대변인인 김경진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 중 일부가 조금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는 위원들의 말씀을 전달드렸다"며 "혁신위 의결 안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뉘앙스, 말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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