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11.22 12:32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 함께 만들 것"…영국 의회서 한국 대통령 최초 연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연설에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이란 주제로 영어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며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됐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영국이 유럽 국가 최초로 우리와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점을 강조하며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선교사,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한국의 독립에 앞장 선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공을 세운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 등 영국과 우리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과의 새로운 안보 협력 체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며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협력에 대해서는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 유통, 서비스, 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뤄져 왔으며 2021년 한영 FTA가 발효된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며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다.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며 "영국 의회 의원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며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윈스턴 처칠 수상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의 핵 위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기후대응·디지털 분야 격차 등에 대한 양국 간 협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영 양국은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디지털 시대의 출현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및 유엔의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영국 의회에서 영국과 한국이 함께 그려갈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한 뒤 "위대한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길 기원한다"고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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