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1.22 15:55

지난 9월 채용비리·성금유용 신고 다수 접수…"수사 필요, 대검찰청 이첩"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의연금·기부금 등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자연재해, 사회 재난의 피해구호사업을 하는 공직유관단체인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국민 성금을 유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채용 비리도 확인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갖고 "지난 9월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임직원 채용비리 의혹과 재해·재난 피해자를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인 의연금·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며 "협회가 예산 전액을 국민 성금에서 충당해 쓰는 만큼 높은 공공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기관이지만, 그동안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우선 협회가 2020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체결한 약 380억원 상당의 계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40여건, 20억원 상당의 부정한 계약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분할 계약을 해 공개경쟁입찰을 피하거나 특정 업체의 입찰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 경우, 협회 관련자의 차명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거나 계약 결과물에 대한 검수 절차 없이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등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사용한 23억원 상당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1400여 건, 3억여 원 상당의 비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다. 고가의 상품권을 구매하고도 내역을 알 수 없거나, 여러 개의 법인카드를 이용해 쪼개기나 미리 결제한 경우,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등의 사례가 발견됐다. 

협회와 친분 관계가 있는 자를 직제에도 없는 직책에 위촉해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하고 출장비 등을 지급하는 등 총 1100만원 상당을 부당하게 사용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채용 비리도 확인됐다. 권익위가 협회의 채용 전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난 4년간 전국재해구호협회의 33건의 채용 가운데 73%에 달하는 24건의 채용에서 공정채용절차 위반 등 총 54건의 부적정 사항이 발견됐다. 부정합격 의혹자는 총 7명이다.

사례를 보면 채용공고 전부터 지인의 채용을 내정하고 이들에게만 채용 관련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으며, 서류심사에서 고득점을 부여하도록 지시해 실제 서류심사에서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응시자들은 명확한 사유 없이 탈락 처리된 정황이 확인됐다. 지인에게 미리 면접 예상 질문을 제공한 자가 직접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합격시킨 사례도 나왔다.

정승윤 부위원장은 "의연금·기부금 부적정 사용과 채용비리 신고 사건에 대해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이첩하기로 의결했고, 관련 자료 일체를 대검찰청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연금·기부금 유용과 관련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사항과 채용 실태조사 결과 54건의 적발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자 처분 등을 위해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익위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재해구호협회는 "권익위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제대로 된 소명 절차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적극 소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또 "협회는 권익위 발표 외에도 행정안전부 사무검사, 고용노동부 조사, 자체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각 검사와 조사 등이 마무리되는대로 입장을 내겠다"며 "12월 중 이사회를 열어 협회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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