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1.29 16:46

삼성전자, 내년 HBM 공급량 25% 늘리기로

엔비디아. (사진제공=디디타컴퍼니)
엔비디아. (사진제공=디디타컴퍼니)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근 부상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절대강자인 삼성전자가 내년 HBM 집중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양사의 경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HBM3E를 본격 양산하고 공급량을 올해보다 25% 이상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생산 능력에 있어서 하이닉스에 비해 큰 차이가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를 추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나오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근소한 격차로 추격한 뒤 내년에는 양사가 동일한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50%, 마이크론 10%를 차지했다"며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수주 증가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 HBM 점유율 50%…'지배력 확대' 순항

SK하이닉스는 범용 제품으로 인식되어 왔던 메모리반도체를 고객별로 차별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HBM3 및 HBM3E는 내년 물량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뿐만 아니라 HBM3E도 내년도 캐파(생산능력)가 솔드아웃됐다. 특히 고객으로부터 추가 수요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수요 기반 관점에서 확실한 가시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차세대 제품인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미국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을 위한 샘플을 공급한 상황이다. 내년 초 엔비디아는 최종 공급자격 테스트를 진행하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제품 공급이 무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지배력을 계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부터 HBM3E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며 내년 4분기 HBM4 조기 양산도 예상된다"며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AI 서버 출하량이 연평균 50% 증가하는 만큼,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오랜 협업을 통해 HBM 내 입지와 경쟁력이 입증됐다”며 "HBM은 수개월에서 1년 전부터 고객사와 개발해 온 제품이라는 특성상 추가 공급업체가 선정되는 데 진입 장벽이 있을 것이다. 주력 제품인 HBM3은 물론, HBM3E도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HBM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HBM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솔리다임은 '아픈 손가락'…삼성전자, 내년 HBM 역공 나서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소요하고, 반도체 시장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HBM 관련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가져오며 총인수 대금 11조7000억원(90억달러)을 지급했지만, 솔리다임은 전례 없는 낸드플래시 불황 장기화로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손손실은 7조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총자산 12조9943억원, 총부채 13억4578억원으로, 회사가 지는 부채가 가진 자본을 웃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낸드플래시 시장이 회복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솔리다임의 어려운 경영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현금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는 10% 미만이어서 그동안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며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 HBM 공급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일에는 HBM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부 내 부지를 약 105억원에 매입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큰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보다 2배에서 3배 가까이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술력도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HBM 생산 확대 및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면 빠르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AI 칩셋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4세대 HBM 제품인 HBM3 24GB 제품에 대해 내달까지 검증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에 대한 공격적인 전략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공격적인 생산 및 영업에 나선다는 것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이라며 "양사가 함께 HBM 시장을 더욱 확대했으면 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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