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02 07:00

재계 일각 "큰 폭 인사 나온다"…'최태원의 남자' 4명 유임 여부도 '관심'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각사)​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근 단행한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삼성그룹은 '안정'에 중점을 뒀고, LG그룹은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사를 앞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2016년 6월 이후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만큼,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과 LG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전자산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임원 승진자 수를 크게 줄였다. 1970년대생 사장을 배출해 '세대교체'를 이뤘고, 30~40대 젊은 임원을 발탁하는 동시에 여성 임원을 늘리는 기조를 유지헀다. 

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경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돌연사'를 의미하는 '서든데스'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 예상보다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 회장이 처음 서든데스를 언급한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사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위원장이 대폭 물갈이됐고, 주요 계열사 CEO들도 줄줄이 교체됐다. 

이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력 계열사의 수장을 거의 그대로 유임시켜 변화를 최소화하는 '안정' 지향적인 인사를 단행했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의 수장을 바꾸는 등 변화폭이 컸다. 계열사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더욱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종희(왼쪽)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한종희(왼쪽)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올해 인사는 내년 위한 징검다리 인사" 관측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에 대해 관련 업계는 올해보다는 내년도를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상황에서 DX(디바이스경험) 부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DS(반도체) 부문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시키는 기존의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인사 변화의 폭이 작자 "이재용 회장이 너무 보수적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2025년도 인사에서 메가톤급 인사를 하기 위해 이번에 '징검다리 유형'의 인사에 나섰다는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근거는 2025년 3월 사내이사인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노태문 사장, 박학규 사장, 이정배 사장 4명의 임기 종료다. 내년 인사에서 중요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내년 연말에 단행할 다음번 인사가 더 중요하다"며 "또한 부회장급 미래사업기획단 신설로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위한 엔진을 새로 단 것도 한종희·경계현 대표의 힘을 약화하는 결과를 노린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종희 부회장이 맡고 있던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직은 용석우 신임 사장에게 넘어갔다. 경계현 사장에게 DS(반도체) 부분장 외에 SAIT(옛 종합기술원)직도 함께 맡긴 것은 DS 부문장과 SAIT 원장직을 겸임한 경우가 많았던 통례를 계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철동(왼쪽부터) LG디스플레이 대표·문혁수 LG이노텍 대표·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정철동(왼쪽부터) LG디스플레이 대표·문혁수 LG이노텍 대표·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LG, 디스플레이·이노텍·에너지솔루션 수장 교체

LG그룹은 3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며 2인 부회장 체제로 변경됐다.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모두 수장이 바뀌었다.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LG이노텍 사장에는 문혁수 부사장이 임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의 용퇴로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사장이 새 CEO로 선임됐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이번에는 권영수 부회장이 물러났다. 이로써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한 부회장단이 모두 현직에서 퇴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던 2018년 6명이던 부회장단은 2명으로 줄었다.  

오일선 소장은 "구광모 회장 체제를 강화해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좀 더 드러나게 하기 위한 인사"라며 "젊은 임원을 전진 배치, 젊은 LG로 가기 위한 방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서는 새로운 신임 사장인 박형세 HE사업본부장·정대화 생산기술원장 2명을 승진시켜 차세대 리더를 발탁한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사진제공-=SK그룹)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사진제공-=SK그룹)

SK, 조대식 의장 유임 여부 '최대 관심사'

SK그룹은 부회장단 인사가 관심 포인트다. 부회장단이 60대에 접어들어 이번 인사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6년 말부터 7년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끄는 조대식 의장의 유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최태원의 남자들'로 불리는 부회장 그룹인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유임 여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다면, 60대 경영인들은 물러나고 더 젊은 대표가 회사를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대식 의장의 후임으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언급되고 있다.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겸임하며 SK그룹 싱크탱크를 이끄는 그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후문이다. 특히 최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SK디스커버리는 3분기 영업이익 307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000억원 넘게 늘었다. 

장동현 부회장이 용퇴할 경우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이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김준 부회장 자리에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지동섭 SK온 사장의 거취도 또 하나의 관심사다. 

SK온은 출범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흑자로 전환하지 못했다. 포드와 미국 합작 공장 연기, 조지아 공장 인력 감축 등 최근 글로벌 전기차 성장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경영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IPO(기업공개)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적자 폭을 크게 줄인 성과가 크다. 특히 저조한 해외 공장 수율을 3분기 들어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번 SK그룹 인사에서 70년대생 CEO들이 대거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SK그룹은 이미 2016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는데, 당시 1960년대생 경영자들이 발탁돼 전면에 나선 바 있다. 현재 SK계열사의 70년대생 CEO로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윤풍영 SK㈜ C&C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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