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1.30 11:12

톱텍 전 영업부장 징역 3년 선고…법원, 4명 법정 구속

대전지법 천안지원. (사진=뉴스1)
대전지법 천안지원.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영업비밀을 중국 기업에 빼돌렸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실형을 선도받았다. 이는 기소 이후 4년10개월 만에 판결이 난 것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 전진우 부장판사는 28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톱텍 전 영업부장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톱텍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는 징역 1년~2년6개월을 선고했고, 중국 업체를 소개하는 중간 역할을 한 C씨 등 3명은 모두 1~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제조업체인 톱텍에서 근무하던 이들은 지난 2019년 1월 삼성디스플레이의 3차원(3D) 라미네이션 기술 관련 영업 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톱텍의 전 대표 등이 또 다른 영업비밀 유출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2021년 9월 이후 중단됐지만 지난 7월 이 사건이 종결되면서 다시 재개된 것이다. 

3D 라미네이션은 곡면으로 성형한 아몰레드 패널의 가장자리를 완벽하게 붙이는 초정밀 접합기술이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의 엣지 디스플레이 기능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톱텍은 201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로 등록돼 LCD 및 아몰레드 모바일 패널의 제조 설비를 제작하다가 2014년부터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이전받아 관련 설비를 납품한 바 있다. 

3D 라미네이션 설비의 발주 업무를 담당하던 톱텍 영업부장 A씨는 2017년 11월 중국의 한 제조회사로부터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빼돌리는 댓가로 억대 연봉을 제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에서 3D 라미네이션 제조 설비를 구축하고 패널을 생산해 중국 내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에 판매하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2018년 3월 A씨는 C씨 등과 중국에 회사 설립 후 톱텍 엔지니어 등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엔지니어들에게는 억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에서 몰래 빼낸 기술 자료를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했고 엔지니어들은 이를 토대로 3D 라미네이션 설비 설계 도면을 작성했다. 

이들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이를 프레젠테이션했으며 관련 제안서를 건넨 바 있다. 

피고인들은 이 기술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톱텍의 영업비밀이라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기술이 톱텍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이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톱텍이 제작한 설비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발주를 받아 해당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전용 설비이며 자료에는 삼성의 영업 비밀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비밀표지가 기재된 점 등을 고려했다. 

또 자신들의 행위가 톱텍의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것을 알고 나눈 대화를 증거로 범행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에 가담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이며 피해자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설비를 제작했지만 판매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가핵심 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와 C씨 등 3명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었지만 실형이 선고되면서 보석이 취소된 상황이다. C씨의 아내만 가족 부양을 이유로 보석이 유지됐고 4명은 이날 법정에서 구속됐다. 

한편, 톱텍 전 대표 A씨는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중국에 넘기고 설비 장비를 판매해 기소됐으며 지난 8월에 대법원에서 3년형이 확정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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