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03 18:10

"임팩트 있는 잠재주자조차 없어…중도공간 확보·청년세대 믿어야"

민주당 혁신파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3일 국회에서 개최한 '한국정치와 민주당의 오늘' 토론회에서 안병진(왼쪽 두 번째)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원칙과상식)
민주당 혁신파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3일 국회에서 개최한 '한국정치와 민주당의 오늘' 토론회에서 안병진(왼쪽 두 번째)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원칙과상식)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민주당 혁신파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3일 국회에서 개최한 '한국정치와 민주당의 오늘' 토론회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인사말에서 "미국 정치 전공자로서 한국 정치에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의 한국 정치는 고차원적 통찰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상식이 모두 무너졌기 때문에 학자로서도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한국 정치가 망가진 것은 민주당이 철저히 망가졌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의 몰락이 윤석열 정부와 함께 한국 정치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또 "(내년) 4월 총선은 어떻게 넘어가더라도 2027년에 다가올 대선에서 민주당은 사법리스크가 큰 이재명 대표를 제외하고는 임팩트 있는 잠재 주자조차 없는 상황이라 다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새로운 주자를 창출해 낼 유능함을 상실했고 인물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안병진 교수는 서강대학교 정치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스쿨 대학교에서 미국 대통령의 가치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한나 아렌트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국 정치 전문가이다 .

계속해서 안 교수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멋지게 질 줄 알았던 2008년 미국 공화당의 가치' (존 매케인의 대선 패배)에 감탄했던 민주당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민주당이 현재의 트럼프 중심의 미국 공화당과 매우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생존만 추구하는 지금의 방식(미국 공화당과 닮은 한국 민주당의 방식)은 규범적으로는 물론 실용적인 관점 (선거 승리)에서도 어리석은 일"이라며 "'멋지게 진다는 것'이야말로 노무현다운 것이며 가장 실용주의적 관점"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당장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당의 가치를 지켜야 당이 지속가능하게 되며 존경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혁신파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3일 '한국정치와 민주당의 오늘'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사진제공=원칙과상식)
민주당 혁신파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3일 '한국정치와 민주당의 오늘'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사진제공=원칙과상식)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가치보다 권력, 당장의 생존에만 집착하다가 권력을 잡는데도 실패하는 지극히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트럼프를 추종하는 미국의 공화당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한국 민주당의 미국 공화당화의 원인은 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등의 자유주의 가치 기반 정치 발전, 정치 리더십, 브랜드, 윤리의식 등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실패한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청년의 지지를 잃어버리고 기후위기, 다원성, 미래세대 등의 영역에서 어젠더를 개발하는데에도 실패했다"고 쏘아붙였다. 

또한 "당의 국회의원들이 김어준과 같은 비자유주의적 생존주의자에게 정치적 판단을 의지하는 행태 또한 당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지점"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양당의 몰락, 민주당이 허약해지는 와중에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기존 보수의 가치도 퇴행하면서 이준석 같은 인물이 합리적 보수주의, 능력주의를 주장하며 부각됐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나름의 해법도 제시하면서도 현재 상태를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지금 전 세계의 정치 사조는 착한 사람이 강한 사람에게 이기기 어려운 시대로 가고 있다"며 "해법이 딱히 없지만 진보적 세력에서부터 정치 퇴행을 돌파할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지프스의 바위를 들어올리듯이 민심의 장기적 지혜를 구하고 양당 사이에서 중도적 공간을 확보하며 청년세대를 믿어야 한다. 청년세대는 태생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이다. 그들을 믿고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과상식' 소속 의원들에게는 "민주당 안에서 가치기반의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지금의 정치의 문제는 '상식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상식에 기초해 민주당의 가치를 지킬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원칙과상식' 같은 가치추구 집단이 밀레니얼과 그 다음 세대를 전면에 등장시키고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교수는 '선거제도 퇴행 논란'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말을 믿고 정치개혁을 할 거라 믿었던 유권자들은 지금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며 "그 때 정치개혁 이슈로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조금은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불리하다고 또 말을 바꾼다. 진정성이 하나도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 

또한 "'원칙과상식'을 비롯한 의원들이 선거제 퇴행 문제에 대해서는 결기를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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