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04 18:42

애플·파라마운트, OTT 묶음 상품 논의…티빙·웨이브, 합병 가시화

파라마운트 사이트. (출처=파라마운트 홈페이지)
파라마운트 사이트. (출처=파라마운트 홈페이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애플과 파라마운트가 OTT 서비스를 묶어 상품을 내놓는 방안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점유율 38.2%를 기록하며 최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 40%를 기록하는 등, 2위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 11.1%, 디즈니플러스 10.2%와 비교할 때 크게 앞서는 모습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2위 이하 업체들은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OTT 업체와 합병해 넷플릭스와 겨룰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원한다"며 "또는 다른 OTT와 협력해 상품을 내놓아야만, 넷플릭스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파라마운트, 번들 판매로 충성고객 확대 나서

미국에서는 애플과 파라마운트가 각각의 OTT 서비스를 결합해 '묶음 상품(번들)'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는 두 회사가 각각의 스트리밍 플랫폼인 '애플 TV+'와 '파라마운트+' 구독 상품을 결합해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OTT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탈 가입자는 늘고 있고 수익률마저 떨어지면서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분석기관인 안테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과 파라마운트 가입자 이탈률은 지난 10월 기준 7%를 넘기며 OTT 업계 평균 5.7%보다 높았다.

CNBC는 "파라마운트+와 애플TV+의 콘텐츠 전략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양사의 번들이 이상적인 조합이 될 수 있다"며 "애플TV+는 독점적이고 권위 있는 콘텐츠의 강력한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라마운트+는 인지도 있는 TV 프로그램과 영화의 광범위한 콘텐츠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존의 에린 맥퍼스 수석부사장도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유명 OTT들이 요금 인상에 나서면서 애플과 파라마운트도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에 쇼타임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해 묶음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파라마운트+로 통합하면서 10월 월 구독료를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인상했다. 또 애플TV+도 지난 10월 월 구독료를 6.99달러에서 9.99달러로 올렸다. 

이에 따라 구독을 취소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충성고객 유치는 더 어려워졌다. 안테나는 하나의 번들 상품을 통해 여러 업체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구독자들이 가입을 취소할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맥스는 미국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을 통해 양사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번들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각 요금을 합한 월 17달러보다 저렴한 10달러 수준의 광고를 포함한 묶음 상품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최근 디즈니플러스와 훌루를 합병해 하나의 앱으로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KT의 '시즌'이 CJ ENM의 티빙에 흡수합병된 바 있다. 

◆티빙·웨이브 합병…수천억원대 비용 부담 '첩첩산중'

국내에서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최대 관심사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가입자만 1000만명에 육박하는 'K-OTT 공룡'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합병 시 점유율은 32%로 껑충 뛰어올라 국내 점유율 38%를 차지하는 넷플릭스와 대적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이달 초 자사의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 유력하다. 이후 양사는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에 대해, 티빙 관계자는 "웨이브와 전략적 제휴 등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고, 웨이브는 "티빙과 전략적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CJ ENM은 티빙의 지분 48.85%를,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하면서 각각 1대 주주와 2대 주주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사가 합병하는 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업결합 심사 통과와 복잡한 지분구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티빙은 과거 KT시즌과 합병할 당시 넷플릭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 18.05%로, 심사를 순조롭게 통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웨이브 합병 시 점유율이 30%를 넘기게 되면서 합병안 통과는 미지수가 다. 

또 2019년 웨이브 투자 유치 과정에서 당시 SK텔레콤이 2023년 기업공개(IPO)를 신청한 후 2024년 상장 성공하겠다는 조건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것도 걸림돌이다.

만약 웨이브의 상장이 실패한다면 주식 미전환 사채 권면총액 2000억원에 5년 만기로 연복리 3.8%를 적용한 410억원을 더한 2410억원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웨이브는 올해가 다 지나도록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게 돼 있다. CJ ENM이 티빙과 웨이브 합병 이후에도 지분율 4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수천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쉽지 않은 요소로 복잡한 지분구조도 꼽았다. 현재 티빙은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를 주요 주주로 보유하고 있고, 웨이브는 지상파 3사 등을 주요 주주로 확보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사 모두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 모두를 충족시키는 거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