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05 09:32

농산물 13.6% 상승에 전기료 14.0%, 도시가스 5.6% 올라…서민경제 위협
추경호 "추세적 물가안정 흐름 이어질 것…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연말까지 연장"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11월에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째 3%대를 기록했다. 특히 농축산물이 급격히 오른 데다가, 전기료·도시가스 상승도 큰 폭으로 이어지면서 서민경제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상승률 자체는 넉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격이 전월보다 크게 하락하고, 내구재 가격 상승률도 둔화된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1년 전에 비해 3.3%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0.6%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6.3%)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면서 작년 12월 5.0%까지 둔화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5.2%)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공공요금 상승 영향으로 반등했으나, 2월(4.8%)에는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했다.

4월(3.7%)에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고 6월(2.7%)에는 2%대로 내렸다. 7월(2.3%)에는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8월(3.4%)부터 3%대로 재차 진입했다. 물가는 10월(3.8%)을 정점으로 다시 낮아지는 모습이다.

1~11월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3.6%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1월, 12월 중 3% 초중반, 내년 상반기 중에는 3% 내외로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연간 상승률도 올해 3.6%에서 내년 2.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11월 소비자물가를 품목 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에 비해 3.8%, 서비스는 3.0% 각각 상승했다.

우선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6.6% 올랐다. 넉 달째 상승했으나, 수급 여건 개선으로 전달(7.3%)보다는 둔화했다. 축산물(-1.3%)은 내렸지만 농산물(13.6%)이 대폭 오른 가운데 수산물(1.8%)도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는 9.4% 올랐다.

품목으로 살펴보면 1년 전에 비해 사과(55.5%), 쌀(10.6%), 토마토(31.6%), 파(39.3%), 귤(16.7%), 포도(16.4%), 오이(39.9%) 등은 올랐고 국산쇠고기(-3.6%), 돼지고기(-2.4%), 마늘(-12.9%), 무(-25.3%), 감자(-7.0%), 양파(-4.8%), 갈치(-3.9%) 등은 내렸다.

공업제품의 경우 석유류(-5.1%)가 내렸으나 가공식품(5.1%)이 오르면서 2.4% 상승했다. 석유류는 경유(-13.1%), 등유(-10.4%), 자동차용LPG(-5.8%) 등을 중심으로 내렸다. 전년동월 대비 석유류 가격은 지난 2월부터 지속 하락 중이다.

이외에도 전기·가스·수도는 전기료(14.0%), 도시가스(5.6%), 상수도료(4.6%) 위주로 9.6% 올랐다.

서비스의 경우 집세가 보합세를 보였으나 공공서비스(2.2%), 개인서비스(4.2%)가 상승하면서 1년 전에 비해 3.0% 올랐다.

집세는 월세(0.8%)가 오르고 전세(-0.7%)가 내렸다. 공공서비스는 유치원납입금(-9.7%), 국제항공료(-2.5%) 등이 내렸으나 시내버스료(11.2%), 택시비(20.7%) 등이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4.8%)과 외식외(3.7%)가 전부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보험서비스료(12.9%), 공동주택관리비(5.4%), 구내식당식사비(5.5%), 햄버거(16.9%) 등은 오르고 승용차임차료(-22.8%), 자동차보험료(-2.0%), 이러닝이용료(-11.7%), 관람시설이용료(-5.7%) 등은 내렸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15.26로 1년 전보다 4.0%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111.35로 3.3% 상승했다. 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9.56으로 3.0% 올랐다. 근원물가 둔화흐름이 지속됐다.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3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3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보다 큰 폭 하락한 3.3%를 기록했다"며 "7월 이후 국제유가 반등과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10월부터 국제유가가 진정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지난 8월초 수준까지 하락하고 주요 농산물 가격도 수급여건이 개선되면서 전월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추세적인 물가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3.0%까지 낮아졌다"며 "미국과 유럽의 근원물가가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아직 4~5%대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계속 운영하면서 물가·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아직 가격이 높은 일부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바나나, 닭고기, 대파 등은 11월에 시행한 할당관세 물량이 신속히 반입되도록 유도하면서 12월 초중순 종료 예정이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과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예비비를 활용해 연말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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