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06 17:09

SK 장용호·SK이노베이션 박상규·SK온 이석희 대표 맡아…SK하이닉스 곽노정 단독 대표 체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제공=SK디스커버리)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제공=SK디스커버리)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7년간 SK를 이끌어 그동안 '최태원의 남자들'로 불려온 부회장 4인은 물러나면서 '세대교체'가 본격화된다. 이들 부회장 중 일부는 각 계열사에서 고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5일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2024년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다만 이날 결정된 임원인사는 7일 공개 전까지는 대외비로 관리된다. 

부회장 4인방은 조대식(63)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이다. 이들은 이번 인사에서 모두 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대교체를 위해 60대 경영진들을 퇴진시키는 것이다. '공을 세운 자에게는 보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한테는 처벌을 한다는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서 주력 사업이었던 배터리를 책임져왔던 지동섭 SK온 사장도 교체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창섭 부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맡을 것…'사촌 경영' 본격화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조대식 의장의 뒤를 이어 최창원 부회장이 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고르고 투자를 결정하는 그룹 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데 최 부회장이 의장으로 결정되면 그룹 내 2인자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재무 및 기획 전문가'로 평가된다. 

최 부회장이 의장직을 수락한다면 SK그룹 체계가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의 '형제 경영' 체제에서 '사촌 경영' 체제로 변경된다. 

기존 부회장 4인 중 조대식 부회장은 지주사인 SK(주)로 옮기고, 장동현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 대표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같은 회사에 남아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고문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SK는 부회장을 지낸 경영진을 통상 1년 상근, 2년 비상근으로 예우하고 있다. 

SK(주)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이 맡고, SK이노베이션은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이 맡는 것으로 내정됐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은 1964년생으로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의 석유사업기획 부문에 입사한 후 SK㈜ LNG사업추진TF장, 사업지원 담당, PM2부문장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2015년과 2016년에 PM2부문장으로서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직접 성사시켜 2017년 인사에서 SK머티리얼즈 사장으로 승진·보임됐다. 그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회사 안정화에 집중하며 SK머터리얼즈의 규모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은 유공으로 입사해 소매전략팀장, 투자회사관리실 임원, SK에너지 리테일마케팅사업부장, 워커힐 호텔 총괄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17년부터 SK네트웍스 사장을 맡았으며, 다양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우수한 전략기획 역량과 현장 사업감각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배터리업체인 SK온 대표로는 이석희(58) 전 SK하이닉스 대표가 내정됐다. 지동섭(60) 현 SK온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펙스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났는데 1년 9개월 만에 다시 현업에 복귀한다. 그는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인텔에서 10여년 간 근무하며 '반도체 전문가'로 유명세를 얻었다. 인텔 최고 기술자에게 수요되는 '인텔 기술상'을 2번이나 받을 만큼, 반도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에게는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터리 사업을 전개함에도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SK온을 흑자전환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후 2021년 6880억원, 2022년 1조726억원 등의 적자를 냈다. 

SK그룹 인사 키워드 '세대교체'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세대 교체를 꼽았다.

최 회장은 조직 개편과 관련해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한 것이고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60대 부회장단의 동반 퇴진을 비롯해 이번 인사에서 SK그룹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최창원 부회장의 능력이 뛰어난 점을 높게 평가해 SK그룹의 핵심적인 요직을 맡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에 대해 근면하고 진중한 성격에 전략적 판단이 뛰어날 뿐 아니라 미래 사업 구상에도 능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그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함께 이번에 최창원 부회장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형제 및 사촌 형제들이 최 회장 주위를 포진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17.59%라는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그에 반해 최재원 부회장의 지분율은 0.36%에 불과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 회장의 이번 인사는 중장기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대두된다. 

최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준비해야 된다. 내가 사고를 당하면 누가 그룹을 이끌어갈 것인가. 승계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친‧사촌 형제를 주요 요직에 앉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함은 물론 자녀가 경영권을 물려받기까지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신중한 투자'로 경영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전망된다. 

조대식 의장이 총괄하던 수펙스 내 투자1·2팀을 SK㈜ 산하 4개 투자센터와 합쳐 SK㈜로 통폐합·축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이 계열사 간 중복 투자 등으로 투자 실적이 악화된데다 업황 악화로 인해 자금난까지 심각해졌다"며 "이번 조직개편은 투자 내실을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말 1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를 인수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지난해에만 3조원이 넘는 손손실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아픈 손가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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