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07 10:53

시신 소각 인지한 후 비밀자료 삭제…부정확한 사실 근거로 자진월북 판단·발표

사건 경로. (자료제공=감사원)
사건 경로. (자료제공=감사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최종 감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9월 21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이던 고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는데 22일 북한군이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소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가 '자진 월북'에 초점을 맞춰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감사원에 따르면 안보실, 해경,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은 '서해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생존했을 당시'에는 상황을 보고·전파하지 않고 조기 퇴근, 대북전통문 미발송 등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

또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자료를 삭제했고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관련 자료를 작성·배포하고 최초 실종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 특히 국방부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의 지시를 받아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기자들에게 문자를 배포하고 생존 시에는 발송하지 않았던 대북전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에는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하고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안보실·국방부는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정했고 합참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자진 월북이 불분명한 것으로 분석하고도 합참이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내용으로 보고하자 이와 상충되는 국정원 분석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채 조속히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권고했다.

해경은 중간수사결과 발표시 채무, 도박 규모, 도박 횟수 및 도박자금 흐름‧출처 등 서해 공무원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공개했고, 객관적 증거없이 서해 공무원을 도박중독자로 단정한 후 서해 공무원의 근무 위치인 연평 해역의 특성을 월북과 임의로 연관지어 월북자로 몰아가는 발언을 했다. 

국방부는 군에서 '시신 소각'으로 일관되게 판단한 것을 알면서도 안보실의 방침에 따라 '시신 소각 불확실'로 판단을 변경했고, 국정원은 '시신 소각'으로 분석한 이후 새로운 증거가 없음에도 '부유물 소각'으로 판단을 변경했다. 

한편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국방부 등 3개 기관의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요구 및 통보(인사자료)하고 안보실 등 6개 기관에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하는 등 엄중 조치했다. 

13명 중 8명은 현직 공무원이다. 7명은 징계요구, 1명은 주의요구를 조치했다. 퇴직한 서욱 전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5명의 경우 비위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재취업 시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퇴직 및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행정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작년 6월 국방부‧해경 등이 기존 발표내용을 번복해 월북을 인정할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사건의 객관적·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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