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07 16:33

수펙스추구협의회 오너가 진입…3세 경영 수업도 본격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제공=SK그룹)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로 부상함에 따라, SK그룹은 본격적인 '사촌 경영'에 돌입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차기 후계자 자리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SK그룹은 SK 계열사들의 수장을 대거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특히 지난 7년간 SK를 이끌어왔던 '최태원의 남자들'로 불렸던 부회장 4인방이 모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며 SK그룹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 이는 최 회장의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기 2년의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입사 7년 만에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그룹 내 최연소 임원 승진으로, 오너 일가 3세가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방증한다.

◆최창원, 차기 후계자 거론…수펙스추구협의회 오너가 진입 

최창원 부회장이 2인자로 오르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그가 SK그룹 차기 후계자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 차기 후계자로 오르기에는 너무 젊다. SK E&S 북미법인 패스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남 최인근 매니저는 나이가 28세에 불과하다.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은 34세, 현재 휴직 중인 차녀 최민정 SK하이닉스 대리는 32세다.

이처럼 최 회장 자녀들이 후계자가 되기에 너무 어리다는 점은 최 부회장의 그룹 승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3남)이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회장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았고, 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도 그룹 내에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승계자로 꼽아볼 수 있지만, 최 부회장의 그룹 내 지분율이 0.37%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작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 오른 것은 SK디스커버리에 근무하면서 경영 능력이 뛰어났고 실적 개선이 잘된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은 사실상 SK그룹과 지분관계가 정리된 방계회사다. SK는 최종건 창업주와 최종현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는 SK그룹, 최창원 부회장이 주축이 된 SK디스커버리, 최신원 전 회장이 맡고 있는 SK네트웍스로 분할 운영되어 왔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는 또 SK가스 부회장 및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올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등에 나서며 외부 활동에 더 주력해왔다. 내년에도 외부 활동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돼 내부 경영은 최창원 부회장이 더 깊이 신경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문경영인을 주축으로 운영돼 왔지만, 오너 일가가 진입하면서 '지배구조 체제 강화'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제공=SK바이오팜)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제공=SK바이오팜)

최윤정 팀장이 신규 임원으로 발탁된 것은 신규 투자 및 사업 개발 분야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으로 평가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팀장의 임원 승진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또 2021년 7월 복직해 1월부터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을 맡아왔다. 

SK바이오팜은 사업개발본부 산하에 사업개발팀 및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한 바 있는데, 최윤정 본부장은 이 조직 전체를 맡게 된다. 향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60대 부회장 2선으로…임원 승진자 63명 줄어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SK 최고경영자 세미나' 폐막 연설을 통해 돌연사를 의미하는 '서든 데스'를 언급했다. 그는 이미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연말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확실한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그동안 주요 계열사를 이끌어온 조대식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60대 부회장단 4명은 7년 만에 2선으로 물러났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LG그룹처럼 SK그룹의 신규 임원 수는 예년 대비 크게 줄었다. 올해 신규 임원 수는 총 82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63명이 줄어들었다. 그간 SK그룹은 ▲2021년 107명 ▲2022년 165명 ▲2023년 145명의 신규 임원을 당해년도 인사에 반영했었다.

그룹 측은 "최근 글로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관계사가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 연령은 평균 48.5세로, 지난해 만 49세보다 더욱 젊어졌다.

또한 8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배출했다. 그룹의 총 여성 임원 수는 2021년 34명에서 2022년 43명, 2023년 50명, 2024년 53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임원 중 비율은 5.6%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