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2.08 10:42

호주 국방부 129대 공급…김동관 "한국 대표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

한국 육군이 시범운용 중인 '레드백'.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 육군이 시범운용 중인 '레드백'.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 '레드백'이 강력한 라이벌인 독일 라인메탈, 미국 제네럴다이내믹스, 영국 BAE 등을 제치고 호주에 수출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법인(HDA)과 호주 국방부 간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IFV)인 레드백 129대 등을 공급하는 3조1649억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 공급한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자주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된다.

앞서 지난 7월 호주 정부는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랜드 400 3단계'의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레드백을 선정한 뒤, 납품 경쟁력, 현지 테스트 등을 거쳐왔다.

이번 수주전은 지난 2018년 8월 호주 정부가 입찰제안요청을 공표한 후, 한 달 뒤인 9월 호주 방산전시회 '랜드포스 2018'에 한화가 레드백 프로토타입과 함께 첫 참가하며 시작됐다. 경쟁에 뛰어든 업체는 ▲한화 '레드백' ▲독일 라인메탈 '링스'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즈 'CV90' 등이다.

한화는 지난 2018년  호주 방산전시회 '랜드포스 2018'에 도면도 없던 레드백 모형을 전시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는 지난 2018년 호주 방산전시회 '랜드포스 2018'에 도면도 없던 레드백 모형을 전시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특히 라이벌 업체들은 시제품을 제시한 반면, 한화는 모형에 가까운 미완성 상태의 시제품을 제시한 상태였다. 이듬해인 2019년 8월 레드백의 첫 시제품이 제작됐고, 곧이어 한화와 라인메탈이 최종 경쟁 후보로 선정됐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이달 최종 계약에 서명했다.

끝까지 경쟁한 라인메탈의 링스(KF-41)는 총 11명의 병력이 탑승하며, 35㎜ 기관포를 장착한 랜스 2.0 포탑을 탑재했다. 길이 7.73m에 중량 50톤으로 이전 모델보다 커졌고, 엔진도 1140마력으로 출력을 높였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뒤 헝가리, 그리스 등에 수출한 경험을 토대로 레드백보다 한 걸음 수주전에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분루를 삼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한화 레드백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요소에 대해 "제시된 전차 중 레드백이 가장 비쌌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선정된 것은 성능이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라며 "K9, 10자주포 생산을 위해 호주에 H-ACE 공장을 건설 중인 만큼, 한화의 호주 투자 의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쟁 초반만 해도 모형 밖에 없었으나, 타 업체들의 부품까지 통합 조립해 굉장히 신속하게 시제품을 납품했다"며 "여기서 타 국가 부품 조립까지 가능하고, 이를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점과 경쟁사 대비 좀 더 밀착 지원을 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의 선택을 받은 레드백이 시험평가를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정부의 선택을 받은 레드백이 시험평가를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과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맺은 호주에 수출용으로 개발된 장비를 공급하는 첫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체계를 업체 주도로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테스트를 거친 뒤에 총 5년 만에 선진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호주와의 안보·외교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에서 사용한 적이 없는 제품의 신뢰도를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방위사업청은 '수출용 무기체계 군 시범 운용 제도'를 도입하고 육군 11사단 기갑수색대대는 지난해 레드백을 '시범 운용'해 호주 측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리차드 조 HDA 법인장은 "도면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최종 후보 결정 한 달을 앞두고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고, 이후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면서 구축한 신뢰가 최종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의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며 "우방국의 국가 안보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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