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2.09 14:00
hy가 자사몰 '프레딧'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hy)
hy가 자사몰 '프레딧'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hy)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유통 업계에 최근 ‘구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들어 내수 소비침체가 더 극심해지자,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구독경제’가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과 이커머스, 식음료업체 등은 구독 서비스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마트24는 월 500~40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한 고객에게는 먹거리 상품 10여 종을 한 달 동안 20~50%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 이용률은 올해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121% 증가했다. 구매율이 높은 상품은 즉석커피와 도시락, 김밥 순이며, 이용률이 높은 연령층은 40대(34%)와 30대(23%)다. 이는 구독 서비스 이용 목적이 식비 절감에 우선하고,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식품 업체 중 구독경제 개념을 최초 도입한 hy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방문 판매원을 최근 1만1000여 명까지 늘렸다. 정기구독을 하면 주요 제품의 할인 혜택은 물론, 고객이 정한 시간대에 제품을 배달해 준다. 음료 제품에 그치지 않고 화장품과 밀키트도 구매 가능하다. 기존의 구독 서비스가 제품 배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다양한 상품의 ‘큐레이션’과 할인, 배달시간대 등 고객의 요구를 세분화했다.

구독 서비스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평정한 쿠팡은 지난해 1000만명이 넘는 와우 멤버십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 구매와 배송 혜택에 끝나지 않고 배달 대행 플랫폼 쿠팡잇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더한 합종연횡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정기구독을 하면 3가지 서비스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 계속 묶어놓는 '록인(lock-in)' 효과가 두드러진다.

다만 유통 업계의 구독 서비스는 쿠팡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수익성 모델이 뚜렷하지 않다. 대다수 유통 업체가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됐기에 온·오프라인을 아우른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구독 서비스가 지속적인 수익성을 담보하려면 단순 구독 서비스가 아닌, 관리 개념의 서비스로 진일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코웨이 코디가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웨이)
코웨이 코디가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웨이)

국내 구독경제 시장의 롤모델 평가받고 있는 코웨이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함께 ‘코디’로 일컬어지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올해 1000만 계정 확보와 매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업계의 구독경제는 대부분 상품 할인혜택을 통해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고객을 오랫동안 잡아둘 요인이 부족해 언제든 이탈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웨이가 비싼 생활가전을 목돈을 들여 구매하기 꺼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것처럼, 유통 업계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간파할 수 있는 차별화된 구독 서비스를 제시해야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구독 서비스로 큰 타격을 받은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가 지난 2020년부터 구독 서비스 ‘월마트플러스’를 선보이며 반격에 성공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 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의 단순 상품 할인에 그치지 않고 무료 배송, 주유비 할인, 음악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무료 이용, 여행 서비스 등 각종 혜택이 즐비하다. 올해 3분기 월마트 매출은 1608억달러(약 210조7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2억달러(약 8조1000억원)로 130.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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