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12일(현지시간) 빌렘-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네덜란드의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의 본사를 방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부와 기업 등은 3건의 반도체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먼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네덜란드 외교부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활용해 양국 대학원생에게 현장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번 MOU를 체결했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에는 양국에서 100명이 참석하며 내년 2월 네덜란드에서 첫 번째 교육이 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SML과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을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MOU를 체결했다. 

장비기업인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올 7월 ASML 피터 베닝크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수소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20% 줄어들고 연간 165억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과 빌렘-알렉산더 국왕은 이날 MOU 체결식에 참석해 한국과 네덜란드 간 투자·협력 확대를 축하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양국 정상은 ASML의 클린룸을 함께 방문해 차세대 EUV 장비 생산 현장도 시찰했다. 대통령과 빌렘-알렉산더 국왕이 방문하는 클린룸은 지금까지 전체 모습이 공개된 적 없는 차세대 EUV 생산 현장이다.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OU 체결에 앞서 양국 정상은 한국과 네덜란드, 유럽의 주요 반도체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차세대 EUV 노광장비 생산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ASML이 소재한 네덜란드의 벨트호벤은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이동에만 왕복 4시간이 소요되며 이번 ASML 방문은 그간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첫 번째 현지 기업 방문이다. 

ASML은 인공지능,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과 오랜 기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윤 대통령과 빌렘-알렉산더 국왕은 ASML에 도착한 직후 양국 정상의 동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했다. ASML은 서명된 웨이퍼를 본사 클린룸에 전시하기로 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덜란드의 ASML와 ASM, 독일 Zeiss, 벨기에 IMEC 대표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ASML이 선도한 기술혁신이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ASML, ASM 등 네덜란드의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에 생산, R&D, 인재 양성을 위한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해 온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이번 ASML 방문에서 체결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협력 MOU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