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14 14:32

"물가 둔화흐름 보이겠으나 누적된 비용상승요인 잠재"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연말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나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핵심 목적인 물가안정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신축적 물가안정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 기준 2%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6.3%)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면서 작년 12월 5.0%까지 둔화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5.2%)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공공요금 상승 영향으로 반등했으나 2월(4.8%)에는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했다.

4월(3.7%)에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고 6월(2.7%)에는 2%대로 내렸다. 7월(2.3%)에는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8월(3.4%)부터 3%대로 재차 진입했다. 11월에는 3.3% 올라 전달(3.8%)보다는 둔화됐으나 넉 달째 3%대를 기록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3.6%로 전망된다. 한은은 물가가 2%로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 중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앞으로 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내년 상반기(평균 기준) 중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며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물가에 대해서는 "둔화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나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 으로 수렴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있다"며 "올해 하반기 중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농산물가격이 상승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재상승하면서 공급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가중된 바 있으므로 이로 인한 2차 파급효과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제유가가 중국 등 에너지 다소비 국가의 경기회복 전망,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등에 영향받아 큰 폭으로 변동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등락을 거듭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도입됐던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제한, 유류세 인하 등 정부 정책지원으로 이연된 비용압력이 향후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연말·연초를 앞두고 가격조정이 집중되면서 가격전가를 통한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이처럼 누적된 비용상승요인이 잠재된 가운데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영향받고 있는 만큼 관련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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