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14 17:43

AMD, AI 반도체 진출로 수요 증가…삼성전자, 엔비디아 HBM 납품 '시간문제'

​삼성전자 사옥. (사진=고지혜 기자)
​삼성전자 사옥. (사진=고지혜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반도체 업계에 AMD발 호재, 삼성전자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검증 테스트 최소치 통과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 반도체 업황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상보다 신속하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흑자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AMD, AI 반도체 시장 도전 선언

SK하이닉스 HBM3E.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사진제공=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AMD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이나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자자 행사를 개최하고 최신 AI칩인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를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AMD가 새롭게 도전장을 낸 것으로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에 호재로 분석된다. 

AMD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450억달러에서 2027년 4000억달러까지 4년 만에 약 9배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MI300X,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결합 형태인 MI300A로 구성된다. 특히 MI300X는 AI 칩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이아 'H100'의 대항마로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 기업인 메타는 AI 스티커 생성, 이미지 편집 등 주로 AI 추론 작업에 인스팅트 MI300X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MD가 이번주에 인스팅트 MI300 시리즈를 출시했다"며 "엔비디아 H100과 유사한 MI300X를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오라클, 델, 시스코 등 10개사가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AMD가 출시한 MI300 시리즈 HB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전량 공급할 것으로 예상돼 호재가 예고되고 있다"며 "12월 현재 AMD가 수주한 MI300 시리즈 물량은 25~3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돼 내년 AMD의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 20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미 매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AMD는 SK하이닉스의 HBM 물량이 부족한 관계로 삼성전자의 HBM을 대거 이용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 실적이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AMD까지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 생산능력을 올해 말 대비 2.5배 증설할 계획인데, 이 같은 증설에도 불구하고 HBM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엔비디아 HBM 최소 성능 요구 통과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향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경쟁적으로 HBM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제품 성능 테스트 중 최소 성능 요구치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식 공급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HBM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의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측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것은 희소식"이라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면 결국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시장 파이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으로 HBM3를 납품하고 있지만 혼자 만으로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도 HBM3와 HBM3E 생산량이 모두 솔드아웃(완판)됐으며 고객들로부터 추가 문의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반도체 업계, 흑자 전환 시기 빨라져

메모리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조기 흑자로 전환되고, 삼성전자도 4분기에 D램 사업에서 흑자 전환하고, 3분기와 비교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중심이 돼 재고 비축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4분기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통재고 정상화와 감산 영향으로 인해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당분간 가격 상승 탄력이 강해질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 반등이 기대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의 주요 수요처인 IT 기업들이 연초 비수기를 앞둔 상황에서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호전되는 것은 크게 이례적인 상황이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재고 소진으로 부품 구매가 필요한 시점에서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가격이 오르기 전 제품을 구입하려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에 AMD발 호재,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제품 공급 가능성, 업체들의 흑자전환 시기가 빨라지는 등 호재 요인이 잇따름에 따라 반도체 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라며 "최근에는 반도체 시장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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