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14 17:26

섬세한 필획 속 농묵·담채 배합돼 편안함 제공…19일까지 미아프 참여작가로 10여점 전시

함양 개평마을.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함양 개평마을.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눈에 보이는 풍경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바람, 햇살, 소리 그리고 움직임까지도." 

기업 CEO 출신의 이상표 화백은 지난 13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미술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의 빛과 감각의 선율을 '결 그리고 소리'로 형상화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서양의 융합적인 선과 색을 바탕으로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고 있는 이상표 화가는 서울 인사동 라메르에서 13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MIAF(미아프:목우 국제구상아트페어)에 참여작가로 선정돼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함양 개평마을 작품과 관련, "한옥마을에 눈이 내린 풍경을 일반 한국화 물감이 아닌 분체에 아교를 섞어서 질감을 표현했다"며  "눈이 소복이 내렸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도록 장지에 분체를 두텁게 발라서 풍부한 눈의 질감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이날 기자에게 "현장에서 본 감동을 사진을 이용해 재현해 내는 작업을 해오던 초기 단계에서, 더 채우고 빼내는 방식으로 중심과 경계를 구분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전했다. 

봄볕 따뜻한 정원, 76x60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봄볕 따뜻한 정원, 76x60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그는 '봄볕 따뜻한 정원'이라는 작품 앞에 서서 "이 작품에는 실제로는 굴뚝이 있었는데 굴뚝을 뺐다. 이 작품에선 봄 햇볕이 살며시 나무를 간지럽히는 그런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 작품속에 점도 찍고 꽃도 중간에 입혔다. 꽃이 바람에 의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는 뭔가 모를 따스함과 함께 봄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느낌이 전해졌다. 

봄바람–결 그리고 소리, 125X84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봄바람–결 그리고 소리, 125X84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봄바람–결 그리고 소리'는 유채꽃 위에 부는 바람이 언덕 위 능선을 타고 넘어 흘러나가는 '결 그리고 소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여기 공모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것"이라며 "유채꽃 부분을 만져보시면 물감을 확 입혀서 질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허락했다. 조심스럽게 손가락를 대보니 물감이 마른 상태의 질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가까이에서 보면 유채꽃이 튀어나온 듯 표현되어 있지만 멀리서 저 언덕을 보면 이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이 흘러가는 게 보이지 않느냐"며 "유채꽃만 그리면 노란색 때문에 눈이 피곤하니까 무리를 지은 유채꽃 옆에 무리를 짓지 않은 들꽃들을 표현해줬다. 그러려면 경계선을 넣어줘야 해서 바위로 경계선을 삼고 들꽃 나름의 존재 가치를 표현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디종파크의 수직채광, 92x72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프랑스 디종파크의 수직채광, 92x72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그는 자신의 작품마다 이같이 설명했다. 그 덕택에 이 공간에 전시된 그의 모든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확실히 높아지게 됐다. 

이번 '2023 미아프 전'에서 이상표 화가는 바람·햇살등의 자연현상이 사물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해 리듬과 '결'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가시화시켜 나간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적 정서가 깃든 화면에 화려한 채색으로 전통의 문화와 이국적 정취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그동안 실험적인 운필로 수묵의 정형화된 규범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분위기 창출을 시도해왔던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더욱 간결하고 선명해진 화법으로 발상의 전환 폭을 넓혔다. 섬세한 필획, 농묵과 담채가 적절히 배합돼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화면은 서정적이며 감성적이다. 

국내 대기업 고위 임원 출신이자 전직 중견기업 CEO를 역임한 독특한 이력의 이상표 국전 작가협회 부회장은 경쟁이 치열했던 경영일선에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않고 있다가 은퇴 후에 화가로서 인생 2막을 열었다.

보성 녹차밭-봄이 오는 길목, 99x70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보성 녹차밭-봄이 오는 길목, 99x70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이 화백은 국전과 목우회전에 동시 입상해 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2020년에는 그간의 작품들을 모아 한전 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성공리에 마쳤다.

당시 이상표 작가는 전문 경영인 출신의 '국전-목우회전 동시 입상작가'라는 희귀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인생2막 원더풀 마이 라이프' 2회 출연 대상자로 선정돼 50분 분량의 방송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주왕산의 가을-바람과 햇살 그 눈부심, 92x62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주왕산의 가을-바람과 햇살 그 눈부심, 92x62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2020년 성공적인 개인전 데뷔이후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에 이어 2023년엔 목우회 공모대전 특선을 받았다. 아울러 2021년엔 목우 미술축전 우수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공모전 활동을 이어왔으며, 2023년 7월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작가로서의 성숙한 기량과 역량을 인정 받았다. 

걷고 싶은길-그 쏟아지는 햇살, 91x65cm, 수묵채색.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걷고 싶은길-그 쏟아지는 햇살, 91x65cm, 수묵채색.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작가는 시선을 던지고 그 울림을 작품으로 옮겨 나가는 과정을 익숙한 패턴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늘 생경한 몸짓 언어로 새롭게 다가가기위해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한다. 이미 익숙해진 운필로 쉽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생경해 보이는 몸짓 언어를 통해 낯선 결과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는 "편안함이나 익숙함에 안주하는 것을 피하고 서투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도전해 보려고 하다보니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가끔 결과에 실망하고 낙담하기도 하지만 작업은 경험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본다. 많은 시행착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작가의 개성적 언어를 강화시키는 좋은 경험치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튀르키에 에페소의 추억, 72x51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튀르키에 에페소의 추억, 72x51cm, 수묵담채. (작품제공=이상표 화백)

여행지에서 본 감동을 눈에서 본 그 자체로 형상화 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그의 노력들이 어떻게 작품속에서 구체화 되고 있는지 이번 전시중 한 부분인 '튀르키에를 가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봄바람-결 그리고 소리', '보성 차밭'을 포함해서 주왕산의 가을, 꽃의 춤사위, 걷고 싶은길 등이 바람과 햇살등이 만들어 내는 '결 그리고 소리'를 표현하고 있고, 튀르키에 여행길에 만난 에페소 신전, 성모 마리아의 집, 이스탄불의 레스토랑 등의 경치가 역사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한국적인 정서가 깃든 화면에 화려한 채색으로 개성을 더하는 이 화백은 전통의 문화와 이국적 정취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이번 전시 기간중 인사동 라메르 3층에 위치한 그의 부스에서 1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상표 화백은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고 서울대학교 법대 최고 경영자 과정을 마쳤다. 현재 국전 작가협회 부회장과 한국 미협-서초미협-국전작가협회 회원으로 있다. 아이프 칠드런 엔젤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삼성전기 인사팀장 및 미주 법인장 전무를 지냈고 삼성 에스원 보안 솔루션 사업부장을 거쳐 신한 다이아몬드 사장을 역임했다.  

작가로서는 2023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40회·4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목우회 공모대전 특선(2023년), 목우 미술축전(MWAF) 우수작가상, MWAF 작가에 연속 4회 선정됐다. 이밖에도 한국 미술 작가전 최우수 작가상(2023년) 및 개인전 5회, 공동부스전, 아트페어 등을 펼쳤다. 

이상표 화백. (사진제공=이상표 화백)
이상표 화백. (사진제공=이상표 화백)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