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16 08:00

ING "가계부채 안정화되면 2분기, 아니면 3분기 가능성 높아"

내년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한국은행 홈페이지, 픽사베이)
내년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한국은행 홈페이지, 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 9월, 11월, 12월 연속 동결을 선택하면서 2022년 3월 시작된 금리 인상은 끝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특히 연준 금리 인하가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원회(FOMC)에서 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0.75%포인트)를 시사했다.

연준이 내년 금리를 낮출 뜻을 보임에 따라 국내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됐다.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1월 3.25%에서 3.50%로 인상된 뒤 2월부터 연속된 7번의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다. 한은 금리 인상기는 이미 종료됐다.

그간 한은의 행보는 연준보다 빨랐다. 코로나19 발발로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연준(2022년 3월)보다 7개월 정도 앞선다. 연속 동결도 한은은 올해 2월부터 시작해 9월인 연준보다 빠르다. 다만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인 만큼 인하는 연준의 선택을 확인한 뒤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0.25%포인트씩 3번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이에 시장은 이르면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15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3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5%, 동결 가능성을 25%로 보고 있다. 1월에는 동결이 83.5%로 인하 확률(16.5%) 크게 앞서나 3월부터 역전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출처=연준 홈페이지)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출처=연준 홈페이지)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2분기 이후로 보고 있다. 연준도 당장 금리를 낮추기보다는 경제상황을 살펴야 하는 만큼 1분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내년 2분기 말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물가가 하향 안정화된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둔화가 트리거가 되기보다는 일정부분 경기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긴축의 정도를 낮추는 수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 전에 첫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언급한 만큼 첫 인하 시점을 기존 3분기에서 이제는 2~3분기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3분기경, 이르면 2분기에 한은의 금리 인하도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6개월 넘게 남은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고려하면 쉽게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

내년 말에도 목표수준인 2%대로 수렴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물가 상승률도 금리 인하에는 부정적이다. 다만 연준 금리가 떨어지면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여력이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30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유튜브)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매파적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내년에 금리인하를 서둘러 선반영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긴축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의 수요 측면과 경제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2024년 2분기께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은의 정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가계부채 및 증가 속도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요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달 정부의 시설자금 대출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부동산 가격에 대한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달 동안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한은의 완화 정책이 3분기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1월, 즉 금통위의 내년 첫 번째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는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금통위의 11월 통화정책방향문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물가전망 경로 상향조정과 긴축기조 유지기간 문구 수정으로,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세 지속은 긍정적이나 물가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놓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미시적 대응이 선제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최소 동결 결정이 아직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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