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15 18:00

"의료기관 발급 '후유장애 진단서' 무의미…같은 내용 검사받게 해 이중 비용 발생"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명희의원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명희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인 김유정 변호사는 '의료감정 제도'와 관련해 "현재 감정료는 2017년에 2배 인상된 금액인데, 대폭 증액되지 않는 이상 감정병원과 감정의가 감정 절차에 적극 참여할 경제적 유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감정 제도'의 핵심은 결국 경제적 문제인 감정료의 현실화가 본질이라는 점을 짚은 셈이다. 

김 변호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국회정무위원회 소속의 양정숙 무소속 의원 및 대한변호사협회의 공동 주최로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제공=조명희의원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제공=조명희의원실)

제1발제자인 김유정 변호사는 "의료감정 제도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들은 결국 '의료감정의 신속성, 공정성, 경제성'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감정 절차 측면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점은 크게 감정절차의 지연과 감정료 문제"라며 "감정 절차 지연에는 감정 신청 단계에서 감정사항 작성, 감정 근거자료 첨부 미흡, 감정인의 선정 단계에서 감정인 선정 지연, 감정촉탁 후 반송과정에서 지연, 감정 실시 후 회신 기간의 문제, 감정 결과의 불명확 등으로 추가보완감정 진행에 따른 시간 소요 등 다양한 사유들이 작용하고 있어, 그 해결방법에 있어서도 각 단계별로 각 참여 주체별로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감정비용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민사사건의 경우 신청 당사자가 법원에 신체감정등 신청 후 감정료를 예납해야 하는데, 감정예규에 따라 신체감정의 감정료는 감정과목 수×40만원, 진료기록감정의 감정료는 감정과목 수×60만원으로 감정과목이 2개 이상인 경우 합산하도록 돼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한편 의협에서 진행하는 진료기록감정의 경우 1~20문항은 최소 30~60만원, 21문항 이상은 추가문항당 각 5만원 추가 등 문항 수에 따라 감정 비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우선 "의사 입장에서 감정업무는 본업 이외의 업무로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는 업무이고, 별도의 교육과정 없이 자율적으로 감정업무를 진행해야 하며, 법정 출석의 부담과 감정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 가능성까지 감당해야 하여 사실상 동기부여가 안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김 변호사는 '피감정인의 입장'도 설명했다. 그는 "신체감정의 경우 피감정인 입장에서는 감정담당의사에게 지급되는 감정료 이외에도 감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찰료, 검사비, 입원비, 장비이용료, 재료대 등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하고, 이런 부대비용은 비급여대상으로 촉탁받은 병원에 별개로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또 기왕에 진료를 받았던 의료기관에서 각종 검사 결과 발급받은 후유장애 진단서가 의미가 없고 다시 같은 내용의 검사 및 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어서 오히려 피감정인은 감정비용(감정료 및 감정을 위해 소요되는 부대비용)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조명희의원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감정의 실무상 문제점 및 입법적 개선방안 국회세미나'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조명희의원실)

김 변호사는 '감정 결과의 공정성'도 문제삼았다. 그는 "감정인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감정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의료소송의 경우 의사가 감정인으로 지정되는데, 한쪽 당사자인 병원 측과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동종업계 종사자인 의사의 의료과실 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잘못 지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고 개탄했다. 

이에 더해 "일방 당사자가 유착관계를 형성할 위험도 존재하고, 재판에서 감정인이 선정되면 감정인의 신상을 조사해 접촉하고자 마음먹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닌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감정예규 등은 감정인이 갖추어야 할 요소로 감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두고 있을 뿐, 감정업무에 공정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정서(감정결과)의 전문성 부재'에 대해선 "법원은 소송에 관한 전문지식을 얻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전문가 1인을 감정인으로 선정해 그에게서 감정 결과를 제출받게 되므로 그 감정결과는 전문지식에 관한 유일한 증거방법이 돼 있다"고 질타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전문분야에 관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비전문가인 법관이나 당사자가 그 잘못을 찾아내어 배척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복수감정 등과 같이 감정 절차 안에서 여러 감정인의 견해가 논의돼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관련해 외국 법제 등과 비교하여 개선점을 도출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며 "일본은 신체감정절차의 신속성을 위해 감정을 선택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감정 절차의 공정성, 객관성 확보를 위해 복수감정이나 컨퍼런스 감정 등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미국은 의료감정인의 전문성을 위해 일정한 교육과 시험을 거쳐 국가 공인 기준으로 인증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별도로 감정인 관리제도, 감정인과 감정 업무를 관리하는 특별임무 수행판사(특임판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감정의 적정성과 당사자 절차 참여권 보장을 위해 감정인의 손해배상의무나 감정인의 객관의무 등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의료감정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감정에 대한 실무상 현황 및 문제점 진단 등 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앞서 이날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의료감정은 오늘날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중증장애로 억울함을 겪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구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를 밟아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충분한 정보와 지원의 부재, 그리고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 법적 절차는 많은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감정 제도의 도입 취지인 의료 전문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구제의 절차적 신속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했던 '의료감정'의 본래 목적을 되살릴 수 있는 실무적·입법적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의료감정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필요한 체계적인 입법 및 정책적 지원 방안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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