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12.17 12:40

"총선 승리 이끌 사람" VS "대통령 아바타"…친윤 주류·비주류 시선 엇갈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국회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국회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 거론되는 가운데, 비주류·수도권 인사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복잡한 정치 국면엔 정치력이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한동훈에겐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동훈은 정치신인이지만 우리당의 유력한 차기주자"라며 "한 장관은 당이 잘 키워야 한다. 아껴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저도 처음엔 한동훈 장관이 인지도와 지지도가 압도적이고 참신해서 비대위원장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 의총 이후 주말동안 깊이 생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당장의 위기에 급급해 맞지 않는 옷을 입힌다면 오히려 당 혁신의 기회만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재형 의원도 "비대위원장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극복하여 대통령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도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고, 야당과의 소모적 정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당내의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여 당의 단합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마치 구세주처럼 우리 당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우리 당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당지도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위기가 닥치고 눈에 보이는데도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의원을 비롯한 당 주요 구성원들의 철저한 반성과 변화 없이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어도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어제 이발을 하는데 우리 당의 어려운 상황과 비대위원장 선출에 관한 TV뉴스를 듣던 이발사가 '한 사람만 변하면 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라며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비대위원장은 적어도 이런 민심의 소리까지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한 사람'은 윤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를 두고 친윤(친윤석열)계 주류와 비주류간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전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긴급 소집한 비상의원총회에서도 참석자들은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성원 의원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판을 흔들어야 한다"며 "위기를 뚫고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사람은 한동훈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지성호 의원도 "인지도와 참신함, 공감 능력, 언론 소통 등의 측면에서도 한 장관이 제일 낫지 않느냐"고 힘을 보탰다. 김석기 의원은 "한 장관을 삼고초려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비윤계 김웅 의원은 "당 지지율이 낮은데 대통령 아바타인 한 장관으로 어떻게 총선을 치를 수 있는냐"며 "오늘 의총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딸 김주애에게 하듯, 한 장관을 새 영도자로 추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국회에서 전국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연다. 이자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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