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18 06:00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제발, 일반사회에서의 상식이 정치권에서도 통용됐으면 한다. 

통상적으로 사회에서는 어떤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한 활동을 근무시간 중에 노골적으로 하거나,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소속 회사의 사원들을 자기 회사로 끌어들이는 짓은 하지 않는다. 허용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행위를 하는 자는 바로 그 회사에서 해고되기 십상이다. 해사 행위에 대해 주변에서 지탄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정치권에서만 이런 '사회에서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특정 정당의 구성원임에도 자신의 소속 정당과는 다른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여전히 그 정당에 남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그 정당의 사람들을 빼가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바로 그렇다. 

'정당'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따라서 정치적 주장이 달라져서 다른 정당을 창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원래 소속된 정당에서 깔끔히 하차한 후에 자신의 이상을 추구해야 옳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1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12월 27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변화가 없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시사했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기회 있을 때마다 탈당 및 창당을 언급해왔다.

급기야 지난 13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27일에 하게 되는 건 탈당이고, 그 다음 날부터 창당 준비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도 지난 13일 신당 창당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신당 창당 시기는 새해 초로 설정하고 총선에서의 목표는 "욕심대로라면 제1당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8일 금태섭 전 의원과 '새로운선택' 공동 창당을 선언했으면서도 "정의당 당적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의당에 남아서 기존 당원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와 류호정 의원 같은 모습은 민간 회사에선 결코 용인되기 힘들다. 그런 행위가 가시화되는 순간 곧바로 징계 절차를 밟아 권고사직 또는 해직을 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당은 회사와 다르니 이런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얘기인가.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회사나 정당이나 같다'는 논리는 나만의 편협한 인식일까. 

자신이 선택한 길이 정당하고, 꼭 해야 하고,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이라면 현재의 당적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는 게 정정당당하다. 

이에 더해 정치인의 공적인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대국민 약속이다. 따라서, 말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말을 뱉어놓고 나중에 번복하거나, 그 말을 희석하려는 행위를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냥 자기 말을 지키면 된다. 언제까지 창당하겠다고 했으면 창당하면 된다. 시일이 다가오는데 준비가 부족하다고 구차하게 다른 변명을 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뿐만 아니라, 류호정 의원은 자신의 당적부터 깔끔히 정리하고 무엇을 하건 간에 '새로운선택'이라는 정당에서 새로 시작하는 게 맞다.

비례대표 의원이 다른 정당으로 당적을 바꾸면 비례대표를 원래 소속 정당에 반납해서 그 당의 후순위자가 비례대표를 승계하게 하는 게 도리다. 그게 싫으면 애초에 다른 정당을 선택해선 안 된다.

기존 소속 정당과는 다른 정치적 이상을 가졌고 그래서 다른 정당으로 옮겨가면서도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현실적 이익은 계속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다. 더군다나 류 의원이 정의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니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와 류호정 의원 모두 기존 정당에서 깔끔하게 하차해서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바란다.

뻐꾸기 등의 조류가 다른 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아 키우는 일을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탁란만으로도 후안무치한 일인데,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트리려는 파렴치한 일까지 해서는 안 된다. '조류의 세계'에서는 용인될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인간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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