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2.18 16:54
지난 14일 오픈한 '팀홀튼' 신논현역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팀홀튼)
지난 14일 오픈한 '팀홀튼' 신논현역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팀홀튼)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최근 국내 커피 시장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프리미엄을 내걸고 있어 한국 시장을 겨냥한 ‘신분세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브랜드 다수는 본토에서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가성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이를 버리고 고급 커피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 국민커피’로 불리는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국내 첫 매장을 오픈했다. 팀홀튼은 17개국에서 57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로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에 이어 매장 수가 두 번째로 많다. 캐나다 현지에서는 스타벅스보다 30%가량 저렴한 커피값과 도넛 제품 등의 다양한 디저트류 보유가 인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높은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팀홀튼은 국내 진출에 앞서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커피 시장인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사업 역시 본토의 가성비 전략을 고수하며 단기간 500호점을 돌파했다. 

이러한 전력에 비춰봤을 때, 팀홀튼의 국내 시장 전략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버린 인위적 프리미엄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회사는 최근 국내 1호점 오픈 기자간담회를 통해 100% 아라비카 원두 사용의 프리미엄 커피와 주문 후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당 가격은 4000원으로 가성비와 거리가 멀다. 캐나다 현지에서 약 2700원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다.

한편에서는 팀홀튼의 프리미엄 전략을 두고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성비 브랜드가 넘쳐나는 실정을 고려하지 않았냐는 해석이다. 자칫 저가 커피와의 경쟁으로 비화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팀홀튼에 이어 미국 서부의 커피 브랜드로 알려진 ‘피츠 커피’와 캐나다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드멜로’,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인텔리젠시아’ 등도 한국 커피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피츠 커피 역시 미국 현지에서 3~5달러 선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팀홀튼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커피 전문점 '드멜로'는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출처=드멜로 공식 인스타그램)
캐나다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커피 전문점 '드멜로'는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출처=드멜로 공식 인스타그램)

해외 브랜드들의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본에서 14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한 커피 브랜드 ‘도토루’는 한국 시장을 두 차례나 두들겼지만, 진출과 철수를 반복한 끝에 2009년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인 ‘네스카페’를 내세운 커피전문점 ‘카페네스카페’ 역시 부진을 거듭하자 2018년 한국 사업을 접었다.

2019년 국내에 진출한 ‘블루보틀’이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이는 소규모 매장만 운영한 ‘희귀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블루보틀은 진출 2년 만인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장 출점 수가 매우 더뎌 현재까지 11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커피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중국은 스타벅스를 필두로 팀홀튼, 피츠, 라바짜, 코스타 등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 브랜드인 루이싱, 매너, 싱윈카 등도 이에 질세라 커피 가격에 민감히 반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명품을 선호한다는 판단에 커피 시장에도 프리미엄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이나, 국내 커피 시장은 프리미엄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며 “지역별 핵심 상권을 장악하고 ‘프리퀀시’와 같은 차별화한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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