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2.18 18:27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제품인 '처음처럼'.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제품인 '처음처럼'.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애초 계획과 달리 내년부터 소주 가격을 인상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부의 물가 인상 압박과 맞물린 ‘고심의 한 수’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은 내년 1월 1일부터 소주 제품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격을 각각 각 6.8%, 8.9% 인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 17일 소주가격 동결 입장을 밝힌 이후, 불과 하루만의 입장 번복이다.

앞서 롯데칠성은 경쟁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을 인상하자 뒤늦게 소주 가격 인상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주세 비율을 인하하겠다고 17일 발표하자 연내 소주 가격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국세청은 주세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통해 국산 증류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0%로 결정했다. 기준판매비율은 일종의 할인율로,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분만큼 액수를 뺀 나머지가 과세표준이다. 기준판매비율 22.0%를 적용하면 현재 1247원인 ‘참이슬(360㎖)’의 공장 출고가는 내년부터 1115원으로 약 10.5% 인하된다.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적용이 고시되자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주류업체들은 출고가를 내리는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았던 롯데칠성은 주세 인하로 인해 가격 인상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되레 가격 인상이라는 선택을 했다. 

롯데칠성 측은 “주정과 공병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부터 물류비와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자제하며 최대한 경영 압박을 감내했다”며 “출고가 조정 이후에도 동종업계 출고가 대비 저렴한 수준”이라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롯데칠성음료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3분기 IR 콘퍼런스콜에서 “대한주정판매협회가 올 초 소주 주정의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며 “과거에는 주정값이 오르면 소주 업계가 곧바로 가격을 인상했지만, 인상 타이밍을 늦춰달라는 요청이 많아 올해 계획한 가격 인상을 진행하지 못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 가량 줄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이번 롯데칠성의 소줏값 인상 번복은 정부의 물가 인상 압박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새로 소주가 올해에도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어 수익성을 높일 적기라는 판단도 읽힌다.

한편, 롯데칠성은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오리지널’ 등의 맥주를 포함해 ‘청하’ 등 청주, ‘레몬진’ 등 과실주의 반출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소주와 함께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는 위스키는 약 11.5%, 리큐르 및 일반 증류주는 9~10% 출고가가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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