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12.19 12:00
원구일영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원구일영 (사진제공=과기정통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이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협력하여 조선후기 원구형 해시계 '원구일영'을 복원하고 독창적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에서 환수한 원구일영은 조선후기 원구 형태의 해시계로 중추원 1등의관을 지낸 상직현이 1890년에 제작했다. 원구일영은 원구 형태의 해시계로, 표면에 시각표기와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나 일부가 유실되거나 고장으로 시간 측정과 작동 방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이번에 복원과정에서 원구일영의 작동과 과학원리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해시계와 달리 관측지점에 따라 위도가 달라지더라도 수평을 맞추고 그 지점의 북극고도를 조정해 사용한 것임을 확인했다. T자형 영침 그림자가 남반구의 긴 홈 안으로 들어가게 맞추고, 동시에 영침 끝이 지시하는 북반구의 시각 표시를 읽는 '휴대용 해시계'임을 확인했다. 

상직현의 원구일영 복원과 작동 원리 규명은 전문가의 융합연구로 이뤄졌다.

장영실 '흠경각 옥루'와 '자격루 주전' 그리고 홍대용 혼천시계 등을 복원한바 있는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장이 주축이 되어 고천문 분야는 김상혁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사와 민병희 박사가, 시계 분야는이용삼 전 충북대 교수, 고문헌 분야는 기호철 문화유산연구소 길 소장 등이 참여했다. 

원구형 해시계는 일영(재질 동), 북극고도 조정장치(황동), 받침기둥(황동), 받침대(철, 상감-은)로 구성된다.

일영은 남북의 극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는 원구형 해시계로, 지름 9㎝크기의 원구는 상단 반구와 하단 반구인 2개의 반구를 조립하여 하나의 원구를 구성하고 있다. 원구일영의 표면에는 시각표기와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시각선은 상단 반구 둘레에 표기되어 있다. 12시간의 12지의 명문이 새겨져 있고 매시는 초·정으로 2등분한 뒤 초와 정을 다시 4등분해 모두 8개의 각으로 시를 나타내 하루를 96각법으로 등분하고 있다. 96각은 조선후기에 청나라 시헌력의 도입으로 1654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단 반구에 음각으로 12지 중 인~술 9개만 표기되고 해·자·축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해·자·축이 표기되지 않은 점은 앙부일구의 전통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원구일영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자 제주, 대전, 서울 경복궁 등 세 곳에서 복원 모델로 시간 측정 실험을 수행했다. 유물의 위도조절장치에 표시된 2개의 선을 분석한 결과 당시 가장 많이 사용된 지역은 서울을 기준으로 표시한 것임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제주별빛누리공원, 한국천문연구원, 경복궁에서 남중시각으로 남북선을 구한 뒤에 복원 모델을 설치하여 시간 측정에 활용했다. 관측실험 결과 ±7.5분 이내의 오차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관측 시 주의할 점으로, 영침과 태양을 일치시키는 것은 시각선 눈금보다 긴 직사각형 영역으로 그림자를 집어넣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원구일영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구형 해시계라는 점,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도 시간 측정이 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시각 표기에서 앙부일구와 혼천시계의 전통을 따랐다는 점에서 독특한 과학문화 유산이며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민들에게 '시계왕국 조선'의 다양한 시계 체험을 통한 자긍심 고취를 위해 내년 6월 개관하는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관 시계특화코너에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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