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19 14:32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하고 유연한 근로시간 선택 가능해야"

(자료제공=KDI)
(자료제공=KDI)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크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은 탓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비교적 길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형태 구성의 차이를 통제하면 한국과 여타 OECD 국가의 연간 근로시간 격차가 약 31% 감소하게 된다. 다만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은 비교적 장시간 근로국가라는 평가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OECD 연간근로시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OECD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한국이 장시간 근로 국가임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흔히 인용된다. 가장 최근 연도인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01시간(전체 취업자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길다.

OECD의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임금근로자 뿐만 아니라, 주 30시간 미만으로 단시간 근무하는 근로자(시간제 근로자) 및 자영업자 등 모든 형태의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크고,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작은 탓에 연간 근로시간이 길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이에 각국의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동일한 상황을 상정하면 국가 간 연간 근로시간 격차가 상당히 감소한다.

2021년 기준 한국과 분석대상 OECD 30개국 평균과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 격차는 264시간(한국 1910시간, OECD 30개국 평균 1646시간)이었으나 조정 이후 격차는 181시간(한국 1829시간, OECD 30개국 평균 1648시간)으로 약 31% 줄어든다.

물론 취업형태 구성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여전히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에 속한다. 이는 국내 취업자의 근로시간이 그간 빠르게 감소했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OECD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함정이 많은 통계자료로, 정확한 이해에 바탕한 면밀한 해석이 요구된다"며 "서로 다른 두 국가 간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비교하고자 할 때 오해의 여지가 가장 적은 방법은 동일한 취업형태끼리 비교하는 것이다. 즉 전일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는 시간제 근로자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아직 한국의 근로시간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이라며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함으로써 노동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향후 노동정책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취업자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작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존 근로시간 관련 정책이 전일제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는 데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유연근무제와 같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늘리고 시간선택제 근로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일제 근로가 아니면 구직 포기라는 이분법적 노동시장 여건에서는 유자녀 근로자와 같이 시간 제약이 큰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는 유자녀 근로자의 경력단절과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여성 및 고령층 등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라 유연한 근로시간 선택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고용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기존 근로자의 재교육 및 직업훈련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도 근로시간의 유연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임금 등 일자리 조건이 적절히 설정된다면 자녀 육아기의 부모, 정규직에서 물러난 고령층, 직업훈련을 원하는 근로자 등의 유연근무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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