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2.20 11:17
신세계 강남점 8층 영패션관 뉴스트리트에 신규 입점한 '이미스' 매장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 강남점 8층 영패션관 뉴스트리트에 신규 입점한 '이미스' 매장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국내 패션 시장에 '마이크로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로 급증했던 명품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국내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명품 판매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백화점들은 이러한 마이크로 트렌드의 급부상에 국내 브랜드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층 영패션관 ‘뉴스트리트’의  매출은 리뉴얼 이후 재개장한 지난 9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지난해 동기보다 70% 증가했다. 

특히 뉴스트리트 오픈 이후 강남점의 영패션 장르를 찾은 고객 수는 전년보다 52% 증가했으며, 전체 고객의 84%가 강남점을 처음 방문한 고객으로 조사됐다. 무신사와 29CM, W컨셉 등 쇼핑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 2030세대 소비자의 구성비가 전체 방문객의 50%까지 늘어날 정도로 고객 모객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은 국내 브랜드들을 오프라인에 한데 모은 팝업스토어가 매출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 없이 업계 최단기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샤넬, 프라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보다 주목 받는 이유를 두고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 '명품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 트렌디한 디자인' 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유명 셀럽들이 국내 브랜드 제품들을 이전보다 많이 이용하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마이크로 트렌드는 SNS 시장을 주도하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5일 서울 메타 본사에서 열린 연말결산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는 트렌드가 없었던 것이 트렌드"라며 "획일화된 하나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각 자신만의 개성과 관심사에 집중하고,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타인과 더욱 강하게 연결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마이크로 트렌드를 거론했다. 

부산 신세게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된 '던스트' 팝업스토어. (사진제공=LF)
부산 신세게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된 '던스트' 팝업스토어. (사진제공=LF)

내년에는 이러한 마이크로 트렌드가 한층 강화될 조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올해 하반기 1996~2008년 사이에 출생한 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 '지겨운 트렌드'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항목 중 명품(31%)이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소비층이 명품 소비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편, 명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올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 신장률이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11월까지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3% 성장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각각 5%, 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코로나 확산 이후 이어진 보복 소비로 명품 소비가 급증했던 지난 2021년 최대 40%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준영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SNS와 동영상 플랫폼 등을 이용해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고 표현하면서 가치관과 취향도 세분화되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며 유행을 좇고 과시하기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마이너 브랜드를 선택해 개인을 표현하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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