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2.20 23:59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쿠팡)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쿠팡이 세계 최대 명품 온라인 플랫폼으로 알려진 ‘파페치’를 인수하면서 유통 시장이 들썩일 조짐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는 전날 파페치 인수를 위해 약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수합병(M&A)은 확신이 서야만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파페치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반응이다.

2007년 영국에서 출범한 파페치는 ‘에루샤’로 불리는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400여 개가 입점한 명품 플랫폼이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지난해 약 3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파페치 인수로 인해 ‘로켓 럭셔리’가 우선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쿠팡은 지난 7월 로켓 럭셔리를 선보이며 패션과 뷰티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 로켓 럭셔리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하면서 제품 라인업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상품 배달에 5일 가까이 소요됐던 파페치의 한국행 배송 기간은 쿠팡의 물류망과 로켓 배송을 통해 짧아질 수 있으며, ‘K-패션’ 브랜드의 적극적인 노출 전략으로 국내 중소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수출 확대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쿠팡의 이러한 행보에 컬리, 롯데온, SSG닷컴 등 뷰티 전문관을 선보인 이커머스 업체들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그동안 명품 시장을 주도했던 백화점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명품 카테고리를 아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벌써부터 쿠팡이 국내 명품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는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하는 것이 아니냔 조바심도 엿보인다.

쿠팡 측은 “자사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럭셔리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선도적인 역할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쿠팡이 지난 11월 '로켓럭셔리 위크'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이 지난 11월 '로켓럭셔리 위크'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쿠팡)

다만 쿠팡에게도 걸림돌은 존재한다. 국내외에서 명품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의 올해 매출액은 약 514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3.7%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31.8%, 20.3%의 매출 성장률과 비교할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명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명품 유통채널에는 명품 재고가 쌓이고 있다.

유럽 온라인 명품 쇼핑몰 마이테리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며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명품 재고가 1년 전보다 44%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가품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쿠팡 구입시 두 가지만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네티즌들에게 주목받았다. 해당 글은 쿠팡의 가품 구매를 피하는 방법을 거론했다. 쿠팡이 명품 판매에 앞서 판매 상품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파페치 인수로 쿠팡 브랜드 가치가 확장되면서 매출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며 “쿠팡이 가진 인프라로 국내 명품 온라인 시장을 빠르게 독점해 나가고, 더 나아가서는 중고 시장과 리셀 시장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온라인 명품 판매가 반짝했다가 가품 논란을 겪으며 다시 백화점을 통한 명품 소비가 활발해진 것처럼, 쿠팡도 가품 논란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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