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22 11:19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성탄절 연휴가 곧 시작된다. 올해 성탄절인 25일은 월요일이라 3일 연휴가 발생한다. 2020년 12월 25일(금요일) 이후 3년 만의 '크리스마스 연휴'다. 

다만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대형마트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즉 24일이 넷째주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딱 걸렸다. 2020년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랜만에 찾아온 대목이지만 영업을 못 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월 2회 의무휴업' 영업규제는 2012년 시작됐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인 지난해 8월 '제1차 규제심판회의'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다뤘지만, 논의에 속도가 붙진 않았다.

고양시 등은 휴업일을 둘째, 넷째 수요일 등 평일로 옮겨 규제를 다소 완화했지만, 서울은 여전히 일요일이다. 특광역시 중에서는 대구시가 처음으로 의무휴업일을 올해 2월부터 둘째 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평일전환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600명 중 12.5%(75명)만 '좋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다. 

서울도 내년에는 평일에 쉬는 대형마트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초구는 지난 19일 유통업계와 상생 협약식을 열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내년 1월 말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의무휴업 규제는 이제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다. 11년 전에야 대형마트가 유통질서를 꽉 잡고 있을 때라 전통시장 살리기, 골목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규제를 해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형마트도 어렵다.

올해 3분기까지 쿠팡의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386억원에 불과하다. 9월 말 기준 쿠팡의 활성고객은 2042만명으로 국내 유통업계 1위다. 3분기 매출도 8조원을 돌파해 이마트(7조7000억원)를 앞선다.  이처럼 올해 유통 1위 자리에는 쿠팡이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소비는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집에서 휴대폰 몇 번 만지면 배송이 온다. 아침에 눈을 뜨면 현관문 앞에 와있다. 유통 패러다임이 달라졌는데 오프라인 매장의 휴업을 강제하는 것이 얼마나 실익이 있을까.

지금까지 사람들이 찾는 전통시장은 그간 스스로 쌓아올린 특색으로 살아남았다. 대형마트 막아서 억지로 간 게 아니란 소리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면 마냥 흘려버린 10년을 탓해야 한다. 그리고 영업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정부의 관심이 끊기는 것도 아니다.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이 문제라면 노사가 해결하면 된다. 정부가 껴도 되고. 그정도 논의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휴업일이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정하면 된다. 매번 바꾸지만 않으면 지역민의 혼란도 없다. 

이제 공휴일도 주말이 겹치면 대체휴일이 발생하는 시대다. 대목에 휴업일이 있다면 이를 미루는 정도의 재량은 업체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 국가적인 큰 혼란이 생기지도 않을 '10년 묵은 규제'도 못 풀어내면서 매번 '규제 혁파'를 외치는 건 이제 끝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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